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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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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의 MLB스코프] 공격은 발전, 수비는 반전… 'KC의 희망' 바비 위트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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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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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2014-2015년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리고 2015년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메츠를 꺾고 해피엔딩을 장식했다. 1985년에 이은 팀 역대 두 번째 우승이었다.

캔자스시티는 행복했다. 하지만 이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팀 사정상 오래 갈 수도 없었다. 캔자스시티는 우승을 일군 핵심 선수들을 잡을 여력이 없었다. 우승 전력은 이내 해체됐고, 캔자스시티도 뜨거웠던 시절과 작별했다.

2017년 캔자스시티는 5할 승률이 무너졌다(80승82패). 또 다른 암흑기의 서막이었다. 높게 올라간만큼 더 낮은 곳으로 추락했다. 2018년에는 104패로 주저 앉더니 2019년에는 103패를 당했다. 올해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전체 최하위 싸움을 하고 있다(캔자스시티 승률 0.320, 오클랜드 0.279). 2018년 이후 메이저리그 최다패 팀이 바로 캔자스시티다.

2018년 이후 최다패 순위

510 - 캔자스시티
495 - 디트로이트
494 - 볼티모어
482 - 피츠버그


캔자스시티의 전성기는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 새로운 코어들이 나타나서 힘을 합쳐야 하는데, 이는 고도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코어들의 선봉장이 돼야 하는 바비 위트 주니어가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일도 3안타를 추가한 위트는 시즌 타율을 0.281까지 끌어올렸다.

2019 드래프트 주요 지명자

1. 애들리 러치맨
2. 바비 위트 주니어
3. 앤드류 본


11. 알렉 마노아
16. 코빈 캐롤
20. 조지 커비
42. 거너 헨더슨


2019년 드래프트 전체 2순위였던 위트는, 지난해 신인왕 투표에서 4위에 올랐다. 150경기 동안 20홈런 30도루를 기록하면서 파워와 스피드의 조화를 이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신인 선수가 20홈런-30도루에 성공한 건 위트가 5번째였다. 위트에 앞서 이 기록을 만들어낸 선수는 2012년 마이크 트라웃이다.

신인 타자 20홈런 30도루 시즌

1966 - 토미 에이지 (22홈런 44도루)
1977 - 미첼 페이지 (21홈런 42도루)
1987 - 디본 화이트 (24홈런 32도루)
2012 - 마이크 트라웃 (30홈런 49도루)
2022 - 바비 위트 주니어 (20홈런 30도루)


*올해 코빈 캐롤 21홈런 37도루

위트는 볼넷/삼진 비율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등 약점도 명확했다. 선구안이 떨어진 탓에 출루율이 0.294밖에 되지 않았다. 타석 당 볼넷률 4.7%는 규정 타석 타자들 중 7번째로 낮았다. 지나치게 공격성이 강한, 여기에 공을 고르는 능력은 취약했던 신인 타자들은 이듬해 한계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았다. 위트도 2년차 징크스가 매우 우려스러운 부류였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위트는 5월까지 타율이 0.228에 머물렀다. 타석 당 볼넷률은 4.6%, 삼진율은 22.8%로, 지난 시즌 기록과 거의 비슷했다. 출루의 대부분이 안타였기 때문에 타격감이 떨어지면 출루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출루율은 0.266로 5월까지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나쁜 기록이었다(테오스카 에르난데스 0.268, 라이언 마운트캐슬 0.269).

위트는 이대로 주저앉는 듯 했다. 그러나 이 예상은 빗나갔다. 6월에 타격감을 조율하면서, 7월부터는 대폭발을 하고 있다.

7월 이후 승리기여도 순위 (팬그래프닷컴)

3.0 - 바비 위트 주니어
2.7 - 코디 벨린저
2.6 - 무키 베츠
2.6 - 훌리오 로드리게스
2.5 - 프레디 프리먼


이전과 비교해 볼넷을 많이 골라내는 건 아니다. 7월 이후 타석 당 볼넷률은 여전히 4.5% 수준이다. 그러나 삼진율이 15.7%로 낮아졌다. 이전보다 콘택트에 주력하면서 약점 하나를 지웠다.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기 전에 승부는 보는 전략도 주효했다. 고치기 힘든 부분에 집착하기보단, 잘하는 부분을 앞세워 위기를 돌파했다.

위트의 공격력은 달라진 멘탈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위트를 가장 억누른 건 수비였다. 유격수로 825⅔이닝을 뛰면서 무려 16개의 실책을 범했다. 수비율이 0.959로 하비에르 바에스(0.954)와 보 비셋(0.958) 다음으로 떨어졌다. 수비 실점 방지를 나타내는 디펜시브런세이브(DRS)는 마이너스 18로 유격수 중 최하위,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를 알 수 있는 OAA는 마이너스 9로 유격수 중 최하위 바로 앞이었다(J P 크로포드 OAA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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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상 최악의 수비수였던 위트는 올해 완전히 환골탈태했다. 지난 시즌은 유격수와 3루수를 병행했지만, 올해는 유격수로만 출장하고 있다. DRS는 마이너스 1로 아쉬운 수치지만, OAA에서 플러스 13으로 유격수 전체 2위에 올라 있다(댄스비 스완슨 +14). 수비에서 되찾은 자신감이 공격으로도 연결되면서 공격과 수비의 동반 상승이 일어났다.

'FOX스포츠'에 따르면, 지난 겨울 위트는 개인 타격 인스트럭터와 내야 수비 인스트럭터를 고용했다. 20홈런-30도루라는 특별한 성과를 냈지만,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더 잘 알았다. 수비 실책의 원인이 퍼스트 스텝(first step)에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타구 방향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몸으로 익혔다. 몸이 곧바로 반응할 때까지 훈련을 쉬지 않았다. 또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멘탈 관리도 함께 이루어졌다.

많은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위트는 이미 선수로서 성장한 상태였다. 그래서 초반 공격 부진에도 흔들리지 않고 반등할 수 있었다. 어김없이 무시무시한 스피드를 자랑하는 위트는 2년 연속 20홈런-30도루 시즌을 완성했다(24홈런 36도루). 데뷔 첫 두 시즌 연속 20홈런-30도루를 달성한 건 위트가 최초였다.

드래프트 당시 위트는 메이저리그 16년차 투수로 활약한 바비 위트의 아들로 주목 받았다. 유망주 때는 타격폼과 플레이 스타일로 인해 마이크 트라웃과 비교됐다. 메이저리거 출신 아버지,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와 언급되는 건 영광이지만, 한편으로는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위트는 "나 자신으로서 중심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위트의 시즌은 '공격은 발전, 수비는 반전'이다. 덕분에 웃을 일이 적은 캔자스시티 팬들을 웃게 만들어주고 있다. 절망 속에서 피어난 희망이기에 더 값진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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