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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마음고생 8㎏ 감량, 클래스는 그대로…이게 17승 에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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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수원, 김민경 기자] "(마운드에 오르면) 설레긴 할 것 같다."

9개월 전 이영하(26, 두산 베어스)는 마운드가 이토록 간절해질 줄 알았을까. 이영하는 그동안 학교폭력 재판 스트레스를 웨이트트레이닝과 훈련으로 풀었고, 언제나 그렇듯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이영하는 지난해 8월 13일 잠실 SSG 랜더스전 선발 등판 이후 294일 만에 1군 복귀전에서 최고 149㎞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지며 단번에 필승조 후보로 올라섰다.

이영하는 3일 수원 kt 위즈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지난해 8월 21일 학교폭력 재판 문제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지 286일 만이었다. 선린인터넷고 1년 후배 A씨가 2021년 초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영하를 학교폭력 가해자라고 폭로하고,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하면서 법정 싸움까지 이어져 불가피하게 유니폼을 잠시 벗어둬야 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판사는 지난달 31일 특수 폭행, 강요, 공갈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기소 된 이영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의 진술이 객관적이지 않고, 증인들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아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미계약 보류선수 신분이었던 이영하는 무죄 선고 직후 두산과 연봉 1억2000만원 계약을 마치고 9개월 만에 유니폼을 되찾았다.

몸은 마운드에서 떨어져 있었어도 마음은 늘 마운드 위에 있었다. 두산 관계자들은 "이영하가 재판을 받는 동안 혼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는 등 몸을 정말 잘 만들었다"고 입을 모아 칭찬했는데, 이영하는 "사실 웨이트트레이닝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답하며 멋쩍게 웃었다.

9개월 공백은 이영하에게 전보다 훨씬 건강한 몸을 선물했다. 법정 싸움을 하느라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선수단과 함께 훈련하지 못하는 시간을 채우려 노력한 결과 이 기간 8~9㎏ 정도를 감량했다. 재판 전까지 세 자릿수였던 몸무게가 지금은 두 자릿수까지 내려왔다. 정확한 수치는 "프라이버시"라며 공개를 꺼렸으나 몸이 훨씬 좋아진 것을 눈치 못 채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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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은 감량했으나 기량은 그대로였다. 이영하는 3일 수원 kt전 3-13으로 뒤진 8회말 구원 등판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이영하의 실전 감각을 고려해 편한 상황에 먼저 써보고 싶다고 했고, 계획대로 이미 승부가 kt로 기운 경기에 이영하를 내보냈다. 이영하는 막았다. 1이닝 1피안타 무4사구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2019년 17승을 수확했던 에이스의 클래스를 보여줬다.

이영하가 등판하기 전까지 두산 마운드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kt 타선에 16피안타 7사사구를 내주면서 무려 13실점을 했다. 야수들의 수비 실수가 겹쳐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영건들의 제구가 보는 사람을 지치게 했다. 선발투수 김동주가 3이닝 5실점에 그친 만큼 다음 투수들은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려 나가는 데 집중해야 했는데, 박정수(1⅓이닝 4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5실점), 최지강(⅓이닝 3사사구 2실점), 김유성(1이닝 1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1실점) 등 영건들이 이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이영하도 볼카운트 싸움 자체는 유리하게 끌고 가지 못했다. 하지만 타자들이 빠르게 덤빌 수 있게 계속 스트라이크존 근처에 공을 던지면서 1이닝을 공 14개로 막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 평균 구속은 148㎞가 나왔고, 시속 130㎞대 슬라이더를 한번씩 섞었다.

앞으로 경기 감각이 더 쌓이면 과거처럼 필승조로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현재 두산 필승조는 셋업맨 정철원(24)이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음주 파문으로 이탈해 마무리투수 홍건희(31) 외에는 상수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이영하가 홍건희와 함께 뒷문을 막아주면 마운드 과부하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이영하는 "올해는 욕심을 버렸다. 선발은 욕심인 것 같다. 빨리 불펜으로 던져서 많이 던지고 싶다. 또 많이 이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천군만마 이영하의 합류로 마운드 운용에 고민이 많았던 이 감독의 숨통이 조금은 트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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