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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분 만에 끝냈다…시비옹테크, 프랑스오픈 2연패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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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프랑스오픈 2연패에 도전하는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 고교 때까지 학업을 병행한 그는 성인이 돼 테니스에만 집중하면서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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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챔피언의 부담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공식 홈페이지는 31일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인 끝에 2023 프랑스오픈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이가 시비옹테크(22·폴란드)의 경기력을 이렇게 평가했다. 톱시드의 시비옹테크는 이날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1라운드에서 크리스티나 벅사(세계 70위·스페인)를 1시간 13분 만에 2-0(6-4, 6-0)으로 완파하고 2연패를 향해 순항했다. 2020년과 지난해에 이어 대회 세번째 우승을 노리는 시비옹테크는 1일 2회전에서 클레어 류(세계 102위·미국)와 만난다.

시비옹테크는 폴란드에선 ‘국민 여동생’으로 불린다. 2020년 19세의 나이로 출전한 프랑스오픈에서 깜짝 우승한 뒤 폴란드 국민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는 폴란드 최초의 메이저 대회 챔피언이었다. 당시 대통령이 축전을 보내는 등 폴란드 전 국민이 ‘소녀 스타’ 탄생에 열광했다.

시비옹테크는 실력만큼이나 성장 과정도 주목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오로지 혹독한 훈련만 받으며 ‘운동 기계’로 키워지는 대다수 동유럽 선수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시비옹테크는 고교 졸업까지 테니스와 학업을 병행했다. 특히 수학 실력이 뛰어났다. 남들이 쉽게 포기하는 고난도 미적분, 벡터 함수 문제 풀이를 즐겼다. 테니스 경기 중에도 휴식 시간에는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는 장면도 자주 보였다.

시비옹테크는 메이저 대회 첫 우승 이후 테니스에만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1988 서울올림픽에 폴란드 조정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아버지 토마스의 운동 신경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그는 테니스를 하면서 수학 문제를 풀 듯 한 단계씩 성장했다. 그 결과 지난해 프랑스오픈과 US오픈을 석권했다. 지난해 4월부터 세계랭킹 1위의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으면서 최강자로 자리 잡았다.

시비옹테크는 4세 때 ‘흙신’ 라파엘 나달(37·스페인)이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테니스에 입문했다. 당연히 나달이 롤모델이다. 주 무기도 똑같다. 지난해 프랑스오픈 당시 시비옹테크의 톱스핀(공의 뒤쪽을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긁어 치는 기술) 포핸드 최고 RPM(평균 분당 회전수)이 3453이나 됐다. 전성기 시절 나달과 비슷한 수준이다.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 강한 것도 나달을 빼닮았다. 나달은 프랑스오픈에서 역대 최다인 14승(메이저 22승)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시비옹테크가 지난해 은퇴한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42·미국)의 후계자로서 손색이 없다고 평가한다.

시비옹테크의 라이벌(?)은 폴란드의 ‘축구 영웅’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5·바르셀로나)다. 레반도프스키는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두 차례(2020, 2021년) 받은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다. 레반도프스키는 폴란드 운동선수로는 최고 영예인 ‘올해의 선수’를 세 차례(2015, 2020, 2021년) 수상했다. 시비옹테크는 지난해 처음 이 상을 받았다.

영국 미러는 “이제 시비옹테크는 레반도프스키를 넘어설 준비를 마쳤다”며 시비옹테크-레반도프스키의 경쟁 관계를 조명했다. 둘은 실제로는 친남매 같은 사이다.

레반도프스키는 시비옹테크가 지난해 프랑스오픈 결승에 진출하자 직접 경기장을 찾아 응원했다.

시비옹테크는 우승 직후 관중석에 있던 레반도프스키를 찾아가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1회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과거의 우승은 잊고 앞으로 치를 경기와 나 자신과의 싸움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이가 시비옹테크

생년월일: 2001년 5월 31일(22세)

국적: 폴란드

키: 1m75㎝

세계랭킹: 1위

주요 수상: 프랑스오픈(2020, 22년), US오픈(22년)

통산 누적 상금: 약 240억원

롤모델: 라파엘 나달

별명: 세리나 윌리엄스 후계자

선배: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좋아하는 가수: 미국 록밴드 '건즈 앤 로지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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