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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역대급 투어에…캐디들 해외서 몰리고 몸값도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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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女골프 총상금 역대 최다
전문 캐디 몸값도 크게 뛰어
20명 넘게 연간 5천만원 받아
단기 계약 줄고 연간 계약 늘어
소수만 썼던 계약서도 보편화
해외 국적 캐디들도 한국행
올해 30명여명 KPGA 누벼


매일경제

국내 프로골프 대회 총상금과 대회 수가 급증하면서 전문 캐디들의 몸값이 껑충 뛰어올랐다. 올해 예정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의 총상금은 각각 315억원, 260억원이다. 지난해 KLPGA 투어와 코리안투어의 총상금은 각각 280억원과 200억원이었다.

매년 역대급이라는 단어가 붙을 만큼 여자와 남자 투어 규모가 커지면서 전문 캐디들이 받는 기본급도 크게 상승했다. 골프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5000만원이 넘는 기본급을 받는 전문 캐디가 20명이 넘는다.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성적 인센티브는 대부분 기본급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KLPGA 투어의 한 전문 캐디는 “5년 전까지만 해도 한두 명에 불과했지만 5000만원이 넘는 기본급을 받는 전문 캐디가 많아졌다. 몇몇 캐디는 8000만원 이상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던 프로골퍼들과 전문 캐디들의 계약도 체계적으로 바뀌고 있다. 주를 이뤘던 단기 계약 비중이 크게 줄고 연간 계약 체결이 늘고 있으며, 소수만 작성했던 계약서도 보편화됐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선수들과 연간 계약을 하는 전문 캐디는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상반기와 하반기를 나눠 계약을 맺는 것을 포함하면 전문 캐디 중 70% 가까이가 연간 계약을 하고 있다.

한쪽만을 위한 게 아니다. 양쪽 모두 한 시즌을 함께할 수 있다는 안전장치와도 같다. 코리안투어의 한 캐디는 “단기 계약과 다르게 연간 계약을 체결하면 심리적으로 편하다.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부담감이 사라져서 그런 것 같다”며 “선수들도 시즌 중간에 캐디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계약서 작성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투어 규모가 커지면서 한국에서 활약하는 해외 국적 캐디들도 급격하게 늘었다. 최근 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 우승자 김동민, SK텔레콤 오픈 챔피언 백석현의 캐디가 모두 외국인이었다. 변화가 시작된 건 20개 이상 대회가 열린 지난해부터다. 올해 대회가 24개로 늘어나면서 코리안투어를 주 무대로 삼는 해외 국적 캐디가 3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적도 잉글랜드, 아일랜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등 다양해졌다.

올해로 코리안투어 2년 차를 맞은 말레이시아 출신의 한 캐디는 “코리안투어 규모가 커지면서 한국 진출을 노리는 아시안투어 출신 캐디가 많아졌다”며 “아시안투어 출전권을 갖고 있는 한국 선수들이 많아 1년에 30개 이상 대회에 나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코리안투어 선수들의 만족도는 상당하다. 올해부터 말레이시아 출신 캐디와 함께하고 있는 김민규는 “여러 나라를 오가며 캐디 생활을 오래 해 실력이 뛰어나다. 아시안투어 대회에 출전할 때도 같이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캐디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KPGA도 외국 캐디들을 영입하는 한국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코리안투어 한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해외 국적을 갖고 있는 캐디와 호흡을 맞추는 데 필요한 서류가 어떤 것인지 문의한 선수가 50명이 넘는다. 선수들이 요청하면 대사관 등에 연결해주고 있다”며 “해외 국적 캐디들의 코리안투어 진출을 돕는 대행사까지 생긴 만큼 계속헤서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맞춰 영어로 제작된 공지문과 로컬룰 등을 제작하는 등 해외 국적 캐디들이 코리안투어를 누비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일경제

백석현은 지난 21일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말레이시아 국적의 캐디와 우승을 합작했다.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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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캐디들의 홍보 효과가 입증되면서 캐디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도 크게 늘었다. KB금융그룹과 보이스캐디, BHC그룹은 캐디 구단을 운영할 정도로 캐디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문 캐디들이 특정 기업의 모자를 쓰는 조건으로 받는 금액은 1000만~2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디 구단의 한 관계자는 “저렴한 후원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캐디 마케팅”이라며 “모자 정면에 적힌 브랜드 로고 노출 시간만 따지면 캐디들과 선수들의 차이가 크지 않다. 앞으로 캐디 마케팅을 하는 기업이 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몸값이 높아지는 데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10년 이상 프로 무대를 누빈 한 전문 캐디는 “실력이 없는데 무작정 기본급을 높여달라고 하는 캐디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본급이 높은 특정 캐디만큼 달라고 하기에 앞서 실력을 인정받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골프계 관계자들은 전문 캐디 수가 많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KLPGA 투어와 KPGA 코리안투어에서 풀시드를 받고 활약하는 선수가 최소 240명인데 전문 캐디 수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골프단 한 관계자는 “전문 캐디가 선수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다. 소속 선수들이 원하는 전문 캐디를 구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최근 전문 캐디에 대한 대우가 좋아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전문 캐디 수가 늘어 선수들의 고민을 덜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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