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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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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수 “세터는 소금과 같아...부족하면 바로 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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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 세터로 첫 정규리그 MVP 차지

여자부 MVP 만장일치로 김연경

남녀 신인상엔 김준우·최효서

조선일보

한선수(오른쪽)와 김연경이 1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22-2023시즌 프로배구 V리그 시상식에 참석해 각각 남녀부 정규리그 MVP 트로피를 들고 있다. 김연경은 '베스트 7 아웃사이트 히터'에도 선정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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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즌이 지날수록 더 힘들다. 다시 몸을 만들고 도전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하루하루 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배구를 할 수 있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특급 세터’ 한선수(38·대한항공)가 10일 2022~2023시즌 프로배구 V리그 시상식(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데뷔 16년 만에 남자부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에 뽑혔다. 한선수는 V리그 원년인 2005년부터 올해까지 19번 열린 정규리그 MVP 시상식에서 남자부 세터로는 최초로 MVP를 수상하는 새 역사를 썼다. 그는 “최초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동안 MVP는 사실상 날개 공격수들 독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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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수는 기자단 투표 31표 중 19표를 받아 레오(OK금융그룹·6표), 정지석(대한항공·4표) 등을 제치고 첫 수상 영예를 안았다. 불혹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한선수는 이번 정규시즌 세트 3위(세트당 9.857개)에 오르고 주장으로 대한항공 사상 첫 ‘트레블(KOVO컵·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 위업을 이끌었다. 불안정한 리시브에도 상대 블로커가 적은 곳에 감각적으로 토스하는 ‘매의 눈’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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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023시즌 대한항공의 통합우승과 트레블을 이끈 주장 한선수가 5일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연수원 배구단 체육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유니폼 혹은 양복이 아닌 한선수의 '사복 패션'을 엿볼 수 있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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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수, 왜 명세터인가

한선수는 2007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다. 이때부터 대한항공에서만 뛴 ‘원팀맨(one-team man)’이다. 2008~2009시즌부터 주전 세터로 자리 잡은 그는 이후 김호철-신영철-최태웅 등 ‘컴퓨터 세터’ 계보를 잇는 노련한 세터로 거듭났다. 통산 세트 성공이 1만7551개에 이르는데, 2위인 동료 유광우(1만3795개)보다 3000개 이상 많다.

한선수는 배구에서 ‘세터’를 음식의 ‘소금’에 비유했다. 그만큼 세터는 경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 잘 보이진 않지만, 없거나 부족하면 바로 티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세터는 “공을 올려주는 사람”이다. 다른 선수가 리시브한 공을 공격수가 때리기 쉽게 네트 앞에 올려주는 ‘토스(toss)’를 하는 역할이다. 토스가 빈약하면 공격수들은 물론이고 팀 전체가 고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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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수가 지난달 30일 현대캐피탈전에서 세트를 올리는 모습. 세터의 제대로 된 '토스'가 없으면 배구 공격수는 맹위를 떨치기 힘들다. 한선수는 "머리 뒤에도 눈이 달렸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정확한 토스를 올리며 '컴퓨터 세터' 계보를 잇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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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뒤에도 눈이 있다”는 한선수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올 시즌에도 압도적인 러닝(running) 세트로 상대 블로커들을 따돌렸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상대 블로커가 없거나 한 명인 곳으로 공을 띄운 경우를 러닝 세트, 두세 명인 곳으로 공을 올린 것을 스틸(still) 세트로 구분한다. 러닝 세트가 많을수록 우수한 세터로 평가 받는다.

한선수는 이번 시즌에 세터 중 가장 높은 러닝 세트 비율(45.53%·세트 2038개 중 928개)을 기록했다. 주전 세터 가운데 유일하게 40%가 넘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러닝 세트 비율은 40.22%였다. 그는 “리시브가 된 공은 세터라면 모두 다룰 수 있다. 일부러 리시브가 안 된 공으로 수없이 연습을 했던 게 내 비결”이라며 “좋은 세터란 어떤 공이든 보급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선수”라고 말했다.

◇김연경, 만장일치 MVP

여자부 MVP는 흥국생명 김연경(35)이었다. 기자단 투표 31표 중 만장일치였다. 2005~2006시즌 이후 다섯 번째 MVP 트로피로 여자부 최다 수상이다. 김연경은 올 시즌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669득점(전체 5위)을 꽂아 넣고, 공격 성공률(45.76%) 1위를 차지했다. 비록 챔피언 결정전에선 준우승했지만, 코트 안팎에서 중심을 잡아주며 왜 그가 ‘배구 여제’로 불리는지 증명했다. 김연경은 “벌써 한 시즌이 끝났다. 만장일치로 뽑아주셔서 감사하다”면서 “현재 선수로 더 뛰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정상에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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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2023 프로배구 시상식에서 남녀 신인상을 수상한 KGC인삼공사의 리베로 최효서(왼쪽)와 삼성화재 김준우가 신인상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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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신인상은 KGC인삼공사의 리베로 최효서(19)가 받았다.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6순위 출신인 그는 여자부 최초로 리베로 포지션으로 신인상을 맛봤다. 남자 신인상은 삼성화재의 미들 블로커 김준우(23)에게 돌아갔다. 김준우는 “프로 첫 시즌에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고 기뻐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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