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신인 오른손 투수 김서현.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51·베네수엘라) 감독은 “삶의 교훈은 일찍 배울수록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수를 통해 잘 배우면 약이 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사람들의 기대치를 깨닫고, 말과 행동의 책임감을 배우면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SNS 논란을 겪은 신인 오른손 투수 김서현(19)을 두고 한 조언이었다.
김서현은 지난달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곤욕을 치렀다. 자신의 SNS에서 일부 코치와 팬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던 사실이 드러나면서였다. 폐쇄된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비공개 계정에서 밖으로 표출하지 않았어야 할 속내를 꺼냈고, 이는 결국 큰 질타를 불러왔다.
해당 사실을 파악한 한화 구단은 곧장 김서현에게 나흘간(2월 7~10일) 훈련 참가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이 기간 숙소에서 자숙한 김서현은 징계가 끝난 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정말 죄송하다. 앞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로부터 한 달 넘는 시간이 흘렀다. 프로 세계의 엄중함을 배운 열아홉 루키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KT 위즈와의 시범경기가 있던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김서현은 “그때 일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 얻은 것과 배운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당시 사건은 김서현에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이 됐다. 프로선수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한 번 더 깨닫게 됐고, 사회생활에서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컨트롤해야 할지도 되새기게 됐다. 동료와 코치들을 대하는 자세도 한층 성숙해졌다. 김서현은 “잊을 수 없는 교훈이 됐다”고 했다.
김서현은 서울고 시절 시속 150㎞대 후반의 빠른 공을 던진 특급 유망주였다. 미국으로 건너간 심준석(19·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왼손 에이스 윤영철(19·KIA 타이거즈) 등과 함께 고교 최고 투수 자리를 놓고 다퉜다. 지난해 열린 2023년도 KBO 드래프트에선 전국 수석과도 같은 전체 1순위로 지명돼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한화 신인 오른손 투수 김서현이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전=고봉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올해 신인 중 가장 많은 5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1군 스프링캠프에도 초대됐던 김서현은 “입단 동기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친구들은 아직 기회를 받지 못했는데 내게 먼저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소중한 성장통을 치른 김서현은 14일 KIA와 홈경기에서 8회초 등판해 1이닝 2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선두타자와 후속타자에게 연달아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지만, 다음 타자들을 모두 범타 처리해 시범경기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날 직구 최고시속은 158㎞까지 나왔다. 수베로 감독은 “짜릿한 구위였다. 또, 위기에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장면은 긍정적이었다. 구위형 투수들의 특권 아닌 특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김서현은 마음이 올바른 선수다. 앞으로 말과 행동의 책임감을 배우면 된다. 지금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며 어른으로서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김서현은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보며 다짐을 하나 했다. 언젠가는 저 무대에서 뛰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이를 위해선 신인으로 맞이하는 올 시즌 인상적인 구위를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도 한 번 더 되새겼다.
김서현은 “스피드보다는 지금의 구위를 1년 동안 어떻게 잘 유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올 시즌 목표는 신인왕 등극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한화의 가을야구가 목표다”고 짧게 답했다.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게 된 신인의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었다.
대전=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