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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무릎 꿇고 비 젖은 코트 닦아야 하나...호주오픈 볼키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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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넘는 아이들이 무릎을 꿇은 채로 옆으로 길게 줄지어 있습니다. 수건으로 비에 흠뻑 젖은 코트를 닦고 또 닦느라 분주합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 뒤로 물기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안 됩니다.

볼키즈 하면 경기 도중 공을 줍고, 또 공을 선수에게 건네는 일을 떠올리죠. 그러나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이런 허드렛일을 떠안아야 합니다. 공 하나의 움직임을 순간순간 정밀하게 포착하는 과학 기술의 시대, '바닥 닦는 일' 만큼은 여전히 사람이 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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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픈의 풍경 중 하나입니다. 볼키즈는 비에 젖은 코트를 닦는 일을 챙깁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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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호주 오픈의 풍경입니다.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지금이 여름이기에 소나기가 오락가락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 속에서 선수들도 당황스럽지만 볼키즈 역시 곤혹스럽습니다. 경기 중단은 시시때때로 찾아옵니다.

경기가 계속 뒤로 밀리면서 때론 밤을 지새우기도 합니다. 앤디 머리의 단식 2회전은 새벽 4시까지 이어졌는데 이때도 볼키즈는 경기를 다 마치고 동이 튼 뒤에야 집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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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렛일을 하는 호주오픈의 볼키즈는 어떤 대가도 지급받지 못합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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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총상금은 역대 최다인 663억원에 달하지만 볼키즈만큼은 어떤 대가도 받을 수 없습니다. US오픈과 윔블던은 볼키즈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고 있지만 호주오픈은 다릅니다. 볼키즈가 여전히 순수한 자원봉사자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식사를 챙길 수 있는 식대와 기념품이 들어있는 가방을 선물 받을 뿐입니다. 그래도 매년 2500명 정도의 볼키즈를 선발하는데 경쟁률은 5대1로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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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선수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 볼키즈의 경쟁률은 5대1에 달합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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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키즈는 코트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최고의 선수들을 볼 기회를 즐깁니다. 특별한 경험이죠. 은퇴한 로저 페더로도 볼보이로 꿈을 키웠습니다. 볼거리도 남깁니다. 선수와 볼키즈가 만들어내는 존중과 배려는 훈훈합니다. 그러나 호주 오픈에선 볼키즈가 논란으로 남았습니다. 대가 없는 헌신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오광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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