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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의 MLB스코프] '양키스 승부수' 로돈 영입, 선수도 사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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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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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상상을 초월하는 겨울 시장이다. 이번에는 뉴욕 양키스가 불을 붙였다.

양키스는 16일(한국시간) FA 시장에 남아 있던 투수 최대어 카를로스 로돈(30)을 6년 1억6200만 달러 계약에 영입했다. 계약금 500만 달러에 내년 시즌 연봉 2200만 달러, 그리고 남은 5년간 연봉 2700만 달러를 받는 구조다. 전 구단 트레이드 거부권도 포함됐다.

당초 로돈은 계약 기간 7년 이상을 주장했다. 양키스가 처음 제시한 기간은 5년이었다. 6년 계약은 서로 한걸음씩 양보하면서 찾아낸 합의점이다. 연평균 2700만 달러는 양키스 역대 선발투수 3위에 해당한다(2020-28년 게릿 콜 3600만, 2007년 로저 클레멘스 2800만22달러).

로돈은 불굴의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2017년 어깨 수술에 이어 2019년에는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부상을 이겨내지 못한 유망주의 몰락처럼 보였다. 하지만 로돈은 쓰러지지 않았다. 보란듯이 다시 일어섰다. 2021년 4월 15일 클리블랜드전에서는 데뷔 첫 완봉승을 노히터로 달성하면서 인간승리의 표본이 됐다.

올해 로돈은 친정팀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떠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합류했다. 2년 4400만 달러 계약이지만, 110이닝을 소화할 시 옵트아웃을 선언할 수 있었다. 이는 로돈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

올해 로돈은 31경기 선발로 등판해 14승8패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했다(178이닝 237삼진). 2015년 데뷔한 이래 최고의 시즌이었다. 체인지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본인이 자신있는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에 주력한 것이 적중했다. 뛰어난 구종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샌프란시스코의 방침도 로돈에게 잘 어울렸다(2021년 케빈 가우스먼도 샌프란시스코의 코칭을 받아들여 스플리터 투수가 됐고 이듬해 1억 달러 투수로 거듭났다).

2021 [포심] 58.7% [슬라이더] 27.2% [체인지업] 12.4%
2022 [포심] 61.2% [슬라이더] 31.1% [체인지업] 2.0%


폭발적인 구위를 과시한 로돈은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투수로 발돋움했다. 9이닝 당 탈삼진 11.98개는 메이저리그 선발 전체 1위(2위 오타니 쇼헤이 11.87개). 투수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탈삼진과 볼넷, 피홈런을 가지고 계산하는 FIP도 전체 1위였다. 최소한 이번 시즌 투수로서의 순수 역량은 그 어느 투수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2.25 - 카를로스 로돈
2.38 - 케빈 가우스먼
2.40 - 오타니 쇼헤이
2.49 - 저스틴 벌랜더


올해 양키스는 선발진에 웃고 울었다. 시즌 초반 팀의 근간은 선발진이었다. 선발진이 기대 이상 선전하면서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점차 민낯이 드러났다. 부상으로 공백이 생겼고, 트레이드로 데려온 프랭키 몬타스는 완벽하게 실패했다(이적 후 8경기 1승3패 6.35). 휴스턴에게 스윕을 당한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5.40에 그쳤다. 이번 겨울 선발진 보강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로돈은 양키스 선발진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투수다. 최근 2년간 퍼포먼스는 게릿 콜과 더불어 상위선발을 맡길 수 있는 리그 에이스였다. 좌타자가 유리한 양키스타디움에서 좌타자에게 공포를 심어줄 수 있는 좌완이기도 하다. 다만 로돈이 기대에 부응하려면 강력한 전제 조건이 붙는다. 모두가 물음표를 쓰고 있는 로돈의 내구성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로돈의 커리어는 부상으로 점철됐다. 건강했던 적이 별로 없었다. 200이닝 시즌은 고사하고, 규정이닝을 넘긴 시즌도 올해가 겨우 두 번째였다(2016년 165이닝). 선발투수에게 이닝을 강조하는 시대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선발투수는 기본적으로 책임져야 할 이닝 수가 있다. 이 역할을 하지 못하면 자칫 팀의 투수 운영이 모두 흐트러진다.

투수에게 험난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온 것도 우려스럽다. 올해 로돈은 메이저리그에서 포심 비중이 가장 높은 선발이었다(61.2%). 포심을 기반으로 타자들을 제압했다. 그러나 내년부터 자주 만나게 될 같은 지구 라이벌 팀들은 포심 대응이 탁월했다. 토론토는 이번 시즌 포심 상대 타율 전체 2위(0.276) 보스턴은 전체 3위(0.273)였다.

로돈과 스타일이 비슷한 콜은 양키스에 와서 피홈런이 증가했다(양키스 이적 전후 9이닝 당 피홈런 0.9개→1.4개). 전체 피홈런에서 포심 피홈런 비중이 53.5%였다. 콜이 양키스에 온 이후 허용한 포심 피홈런은 도합 38개로 전체 3번째로 많았다. 콜보다 포심 피홈런이 더 많았던 투수는 로비 레이(43개)와 조던 라일스(39개)로, 두 선수 역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를 거쳤던 투수들이다. 이에 로돈이 내년에도 포심에 의존하는 피칭을 고수한다면 지금과 같은 피홈런 억제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로돈의 성패는 양키스의 운명이 달려 있다. 현재 양키스는 애런 저지 잔류와 로돈 영입에 쓴 돈만 무려 5억 달러가 넘는다. 아무리 돈 걱정이 없는 양키스라고 해도 대규모 투자의 효과가 미비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양키스에서의 성공은 정규시즌 성적만 의미하지 않는다. 그런데 로돈은 포스트시즌에서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투수다(통산 2경기 2.2이닝 4실점).

로돈의 계약으로 떠오르는 선수는 CC 사바시아다. 리그를 평정한 좌완 에이스 사바시아는 2008년 12월 7년 1억6100만 달러 계약으로 양키스에 입단했다. 그리고 2009년 양키스의 27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양키스의 마지막 우승이었다.

당시 사바시아는 오자마자 곧바로 우승에 일조하면서 한결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로돈도 계약 초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계약 기간은 6년이지만, 어쩌면 계약 성패는 내년에 판가름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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