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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문상열의 부시리그'

만약(What if)에? LG가 1995년에도 우승을 했다면 [문상열의 부시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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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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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LA=문상열전문기자] 역사도 그렇지만 스포츠에서도 ‘만약’(What If)은 불필요한 논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은 시대의 사건이나, 스포츠 팀에 터닝포인트였다는 점 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LG 트윈스는 1994년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벌써 27년이 흘렀다. LG팬들은 창단된지 8년(NC), 7년(KT)된 팀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보고 있노라면 속 쓰림을 넘어 구단의 무능함을 성토하게 된다.

LG는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일을 엮어냈다.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그 해 바로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올해 SSG가 도전했으나 무산됐다.

LG는 1994년 정상 탈환으로 5년 사이 두 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KBO리그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명문 구단을 지향하며 선진적으로 구단을 운영했다. 최근 매각된 구리 챔피언스클럽은 KBO리그 사상 최초의 2군 숙소와 훈련장이었다. 당시는 첨단 시설물이었다.

‘재벌그룹이 야구를 하니까 잘하는구나’라는 칭찬을 들을 정도로 모범 구단이 됐다. 그러나 1994년으로 막을 내렸다. 1997, 1998년, 2002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시계를 1995년으로 되돌려보자. 만약 LG가 1995년에도 한국시리즈를 우승하고 2연패를 했다면 팀과 KBO리그의 역사는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LG는 1995년에도 막강한 전력을 유지했다. 1994년 정상에 올랐을 때 주축 멤버들이 신바람 야구의 주역이었던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 등 루키들이었기 때문이다.

LG로서는 199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친 게 결국은 현재 평범한 야구팀으로 추락한 원인이 됐다. 왕조를 이루는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당시 LG의 토양은 왕조를 이루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과 선진적인 선수단운영, 우수한 코칭스태프 등 요건은 다 갖추고 있었다.

1995년 LG에는 방위병 원정 출장금지가 뼈아팠다. 종전에는 방위병이 홈, 원정 구분없이 경기에 출전했다. 요즘과 같은 시대가 아니다. 방위병으로 북무하던 2루수 박종호, 유격수 유지현, 투수 차명석, 포수 김정민 등은 원정경기에서 뛰지 못했다. 전력의 핵심요원들이었다. 결국 LG는 정규시즌에서 라이벌 OB 베어스에 0.5게임 차로 뒤져 1위를 놓쳤다. 정규시즌 1위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은 모두가 아시다시피 매우 높다.

그러나 외적인 방위병 파동보다는 팀 케미스트리에서 더 문제가 많았다. 1994년 LG 우승 멤버이고 나중에 타 팀 감독까지 지낸 모 야구인은 사적인 자리에서 “LG가 밖으로는 방위병 원정 출장금지로 OB에 져 한국시리즈를 놓친 것으로 아는데 이미 시즌내내 팀은 곪아 있었다. 절대 우승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1994년 마운드의 주역으로 우승을 이끈 삼총사의 헤게모니 다툼이 불거졌다. 마무리 투수가 최선참이었지만 연배가 비슷했고 기량도 큰 차이가 없을 때였다. 이들의 노골적인 싸움을 코칭스태프도 제재하지 못할 정도였다.

사실 우승팀은 탄력을 받아 전력이 향상된다. 1995년에는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한 시대가 아닌 터라 전력 부침이 적고 더 탄탄해질 수 밖에 없다.

LG의 문제점에는 늘 파벌이 따른다. 차명석 단장은 이런 폐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LG 우승의 걸림돌을 개인주의적인 성향으로 꼽는다. 1995년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다. 탬 케미스트리는 약하고 개인은 너무 잘났다.

야구는 묘한 종목이다. 팀 스포츠이면서 개인 플레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팀이 져도 자신은 호투하고 4타수 3안타 맹타를 휘두르면 샤워하면서 휘파람을 분다. 비단 LG만의 문제는 아니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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