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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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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막장 내분… 여자 배구가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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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배구 선수·코치 무단이탈 사태

구단, 감독·단장 책임 물어 경질

김연경 “겉은 화려, 안은 썩었다”

조선일보

김사니 IBK기업은행 감독 대행이 23일 흥국생명전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모습. 그는 서남원 감독이 팀 내 불화와 성적 부진 등의 이유로 경질된 후 코치에서 감독 대행으로 승격해 첫 경기를 치렀다. 기업은행은 1시간 33분 만에 흥국생명을 3대0으로 완파하고 올 시즌 처음으로 승점 3점을 가져갔다.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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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여제’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이 22일 밤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겉은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결국 안은 썩었고 곪았다는 걸. 그릇이 커지면 많은 걸 담을 수 있는데 우린 그 그릇을 꽉 채우지도 못하고 있다는 느낌. 변화가 두렵다고 느껴지겠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변해야 될 시기인 거 같다.”

국가대표에서 은퇴해 중국 리그에서 뛰고 있는 김연경이 일침을 날려야 할 정도로 한국 여자 프로배구 코트가 시끄럽다. 개막 7연패에 빠졌던 리그 최하위(7위) IBK 기업은행 때문이다.

감독과 갈등을 빚은 선수와 코치가 팀을 무단으로 이탈했는데, 구단은 감독과 단장을 성적 부진과 팀 내 불화 책임을 물어 경질했다. 팀을 이탈했던 코치는 감독 대행으로 승격했다. 이탈한 선수는 여전히 팀 복귀를 안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들은 지난 16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광주 원정 경기가 사태의 촉매제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 경기가 끝나고 세터 조송화(28)가 팀을 나갔다. 세터는 공격수들에게 공을 토스하는 핵심 포지션이고, 조송화는 연봉 2억7000만원을 받는 선수다. 김사니(40) 코치도 조송화와 함께 팀을 나갔다. 둘은 서남원(54) 감독과 사이가 안 좋았다. 내홍과 선수들의 태업 논란 속에서 IBK기업은행은 개막 7연패를 하는 등 꼴찌(1승8패·승점2)로 추락했다.

기업은행은 반기를 든 선수와 코치 편을 들었다. 21일 공식 입장문에서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동시에 경질한다”면서 “김사니 코치에게 팀의 정상화를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으며, 조송화에겐 상응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레이닝복을 입던 김사니 코치는 23일 인천 흥국생명전에서 정장 차림 감독 대행이 돼 선수들을 다그쳤고, 배구 안 하겠다면서 팀을 나갔던 조송화는 구단의 계약 임의 해지 요청을 거부한다. 연패 기간 5세트까지 간 적도 없어서 승점이 ‘0′이었던 기업은행 선수들은 서 감독 경질이 확정된 이후 득점력이 급상승했다. 이 때문에 배구계에서 “김사니 코치와 일부 선수가 주동한 쿠데타가 성공했다”는 뒷말이 나온다. 기업은행은 서 감독이 경질된 후 첫 경기인 이날 흥국생명을 3대0으로 완파하고 시즌 2승째를 챙겼다.

김사니 감독 대행은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서남원 감독의 폭언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2일 KGC 인삼공사전 패배 이후 연습을 하는데 조송화 세터가 감독님의 지시 사항을 100% 이행 안 해서 마찰이 있었다. 서 감독이 ‘왜 안 하느냐’고 묻자 대답을 안 했고, 감독은 화가 나서 모든 선수와 스태프가 있는 상황에서 내게 ‘야, 너, 김사니’ 식으로 모욕을 주며 30분가량 화를 냈다. 미성년자인 후배도 있는데 배구 선배로서 모욕을 느껴 팀을 나갔고, 선수단 동요가 크니 수습해달라는 구단 요청에 책임감을 느껴 돌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지금까지 쌓아놓은 업적이 있고, 배구 해설을 그만두고 지도자가 되기까지 쉽지 않았다. 이럴 수밖에 없었던 선택을 이해해달라”고 눈물을 보였다.

기업은행은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3인방 김수지·김희진·표승주가 뛰는 인기 팀이다. 김수지는 경기 승리 후 “서 감독과 불편한 상황이 있었고, (조송화가) 팀을 이탈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 같다”면서 “저희가 최근 태업을 주도했다는 기사들이 나오는데 말도 안 된다. 훈련에 참석 안 한 적도 없다”고 했다. 김희진은 “태업하는 선수가 어떻게 근육이 찢어진 상태로 경기를 뛰겠느냐”고 말을 보탰다. 표승주는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선수들이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남원 전 감독은 “폭언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반박했다.

김호진 기업은행 사무국장은 “조송화에 대한 계약 임의 해지 요청을 KOVO(한국배구연맹)에 요청했지만, 말로는 동의를 했던 조송화가 서명을 거부해 반려됐다”며 “올 시즌 지도 체제를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한 것이 없다”고 했다.

[인천=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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