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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관중 모인 야구장, 골프장은 왜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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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23일 부산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티샷하고 있는 박인비. [사진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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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경기에 관중 1만2000명이 입장했다. 시든 화초처럼 보였던 야구장에 다시 활력이 넘쳤다. 그러나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올 시즌을 관중 없이 끝낸다. 두 협회 관계자는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관중 유무에 따라 장치 장식물과 식음료 공급, 안전요원 등 준비할 것이 많다. 스폰서 측도 예정대로 무관중 경기를 하자고 한다. 갤러리는 내년부터 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하려고 했다면 불가능하지 않다. 프로골프 대회 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골프장 시설물이 고정되지 않아 방역에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실내 스포츠보다 훨씬 큰 공간을 쓰기 때문에 오히려 쉬운 점도 많다. 방역을 위한 시스템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내일 당장 관중을 받으려고 하면 어렵겠지만, 정부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예고했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지도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기면 귀찮게 될까 봐 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접시 깨기 싫어서 설거지를 안 한 것이라는 뜻 같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경호 홍보팀장은 “시간도 촉박하고 방역 운영 안이 까다로워 (준비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관중 없는 경기는 너무나 맥이 빠진다. 경기장 입점 상인들의 어려운 사정도 생각했다. 사회를 다시 활력 있게 만들자는 위드 코로나의 취지도 살기 위해 허용 범위 안에서 최대한 많은 관중을 입장시키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4일 시작한 KPGA 투어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시즌 최종전이다. KLPGA 투어는 다음 주까지 두 대회가 남았다. 대상과 신인왕, 상금왕 등 수상자가 결정되는 일종의 플레이오프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주위 사람을 의식한다. 사람이 많으면 시청자는 그 이벤트가 중요하다고 여기고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관중이 주는 신호 효과(signal effect)다. 시청자에게 무관중, 유관중 경기의 차이는 영화를 넷플릭스로 보느냐 극장에서 보느냐의 차이다. 관중이 없으면 선수들은 관객 없는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의 기분일 것이다.

중계 캐스터와 해설자가 “박진감 넘친다”고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관중이 없다면 시청자는 그 맛을 느끼지 못한다. 지난해 5월 KLPGA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골프 대회를 개최해 찬사를 받았다. 그 용기를 다시 내지 못해 아쉽다. KPGA 관계자들은 “팬들이 남자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와서 본다면 남자 골프의 재미에 빠질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KLPGA가 못한 ‘코로나 이후 국내 첫 유관중 골프 대회’를 KPGA가 먼저 치고 나갔으면 어땠을까.

코로나19가 창궐하는 동안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방역 정책이 많았다. 두 협회는 취재진이 코스에 나가는 걸 제한했는데, TV 화면 이외의 장면을 전면 봉쇄함으로써 경기를 보는 관점을 획일적으로 만들었다. TV 중계를 보고 쓴 비슷한 기사들만 나와 투어가 단편적이 됐다고 본다. 방역 측면에서도 넓은 코스에 사람들이 흩어져 있는 게 작은 방에 모여 있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됐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한다는 말년 병장처럼 두 협회는 2021년 가을을 조용히 넘기겠다는 것 같다. 텅 빈 골프장엔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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