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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올 시즌 다저스의 에이스로 성장한 워커 뷸러(27·LA 다저스)가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후보로 급부상했다.
뷸러는 지난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에서 6⅔이닝 3피안타 1실점(무자책) 1볼넷 8탈삼진을 기록하며 다저스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로 뷸러의 2021시즌 성적은 13승 2패 169이닝 178탈삼진 평균자책점 2.02 WHIP(이닝당 출루허용) 0.92이 됐다.
이는 내셔널리그(NL) 평균자책점 1위, 다승·이닝·WHIP 2위, 탈삼진 4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특히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23차례나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에 올라있는 안정감이 돋보인다(2위 샌디 알칸타라 18회). 하지만 뷸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후반기 들어 오히려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반기 NL 사이영상 레이스는 제이콥 디그롬의 독무대였다. 디그롬은 평균 99.3마일(159.8km/h) 강속구를 앞세워 전반기까지 7승 2패 92이닝 146탈삼진 평균자책점 1.08를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디그롬이 7월 8일 밀워키 브루어스전 이후 오른쪽 팔뚝 부상으로 등판하지 못하면서 규정이닝을 채우기 어려워졌고, 이후 NL 사이영상 경쟁은 춘추전국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강력한 경쟁자들이었던 잭 휠러(전반기 ERA 2.26→2.90)와 케빈 가우스먼(전반기 ERA 1..73→2.47)의 평균자책점이 후반기 들어 치솟고, 코빈 번스(ERA 2.30)의 이닝이 133이닝에 머무는 사이, 뷸러는 후반기 8경기에서 4승 1패 54⅔이닝 64탈삼진 평균자책점 1.32을 기록하면서 가장 강력한 NL 사이영상 후보로 떠올랐다.
워커 뷸러의 2021시즌 성적
다승: 13승 (NL 2위)
이닝: 169이닝 (NL 2위)
탈삼진: 148개 (NL 4위)
ERA: 2.02 (NL 1위)
피안타율: 0.188 (NL 2위)
WHIP: 0.92 (NL 2위)
WAR: 5.9승 (NL 공동 1위)
미국 켄터키주 렉싱턴시에서 태어난 뷸러는 헨리 클레이고교 졸업 당시부터 메이저리그 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야구 명문 밴더빌트 대학에 진학하는 길을 선택했다. 대학 시절 그는 2학년 신분으로 12승 2패 111탈삼진 평균자책점 2.64를 기록하며, 팀의 대학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미국 국가대표팀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 3학년 신분으로 2015년 MLB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했을 때, 그는 뛰어난 대학 경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24위에 지명되는 데 그쳤다. 뷸러가 저평가받은 원인은 뛰어난 구위에 비해 체격조건이 아쉬워서 부상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체 24번째 지명권을 갖고 있던 다저스는 그런 평가를 개의치 않고 뷸러를 선택했다.
하지만 지명 직후 다저스의 선택은 실패로 돌아가는 듯했다.
계약을 위해 MRI를 촬영한 결과 토미 존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미 뷸러의 재능에 매료된 다저스 프런트는 토미 존 수술을 받고 1년간 야구를 쉬어야 한다는 위험성을 감수하고, 뷸러와 178만 달러(약 20억 원)에 계약을 맺는 모험을 걸었다. 하지만 다저스의 이런 모험수가 옳았음이 밝혀지는 데에는 많은 시일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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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풀타임 첫해였던 2017시즌, 뷸러는 평균 96마일(154.5km/h), 최고 101마일(162.5km/h)에 이르는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한 해 동안 상위 싱글A에서 더블A와 트리플A를 거쳐, 빅리그에 데뷔하는 놀라운 발전 속도를 보였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8시즌 8승 5패 137⅓이닝 148탈삼진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하면서 다저스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그의 성장은 한동안 정체되어 있었다. 뷸러는 2019-20시즌 2년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정규시즌 압도적인 에이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강력한 구위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구를 펼친 덕분에 볼넷 수는 적은 반면, 세밀한 제구력과 완급조절 능력에선 종종 아쉬움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뷸러는 시즌 중반부터 패스트볼 비율을 줄이는 대신 체인지업과 커터 구사율을 높이는 등 완급조절과 맞혀 잡기에도 눈을 떠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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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뷸러는 7월 이후 좌타자를 상대할 때 커터을 30% 이상(5월 14.8%), 체인지업도 10% 이상(5월 0.8%) 구사하고 있다. 한편, 커터와 체인지업의 제구도 올 시즌 들어 큰 발전을 이뤘다. 그러면서 우투수는 좌타자에게 약하다는 편견과는 달리, 올 시즌 뷸러는 오히려 우타자(ERA 2.17)보다 좌타자(ERA 1.88)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96.9마일→95.3마일)과 9이닝당 탈삼진 비율(2019년 10.3→9.5개) 등 구위와 관련된 세부 지표들이 소폭 하락했음에도 커리어 하이를 기록 중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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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다저스는 FA 최대어 트레버 바우어를 3년 1억 200만 달러(약 1150억 원)에 영입하는 등 사이영상 투수만 3명인 특급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했지만, 시즌 초 더스틴 메이가 토미 존 수술로 시즌 아웃되고, 야심 차게 영입한 바우어가 여성 폭행 혐의로 시즌 복귀가 불투명해졌다. 게다가 시즌 중반 팔 부상으로 이탈한 커쇼도 아직 복귀하지 못하면서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다.
그런 가운데 다저스가 81승 47패로 NL 서부지구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은 시즌 중반 맥스 슈어저가 트레이드로 합류하기 전까지 뷸러가 훌리오 우리아스와 함께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다저스의 마운드를 지탱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뷸러의 올 시즌 활약은 사이영상을 받은 선배 투수들을 제치고 다저스의 새로운 에이스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과연 올 시즌 투수로서 한 단계 성장한 뷸러는 생애 첫 NL 사이영상을 수상할 수 있을까. 남은 시즌, 뷸러의 활약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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