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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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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적응기 마친 만 20세 천재 타자, 빅리그를 폭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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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신인 유격수 완더 프랑코(20·탬파베이 레이스)가 적응기를 마치고 빅리그를 폭격하고 있다.

프랑코는 26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경기에서 2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2루타 2방 포함 5타수 3안타 2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7-4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프랑코는 켄 그리피 주니어(1991년)에 이어 31년 만에 25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한 만 20세 이하 선수가 됐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인 프랑코는 야구 선수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완더 프랑코 시니어는 1990년대 마이너리그에서 뛰었고, 그의 외삼촌은 전직 빅리거인 에릭 아이바와 윌리 아이바다. 한편, 프랑코의 형인 하비에르와 알렉산더 역시 현역 마이너리거로 활약 중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프랑코가 야구 선수를 꿈꾼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린 나이부터 두각을 드러낸 프랑코는 국제유망주 계약 자격이 주어지는 만 16세 이전부터 많은 메이저리그 팀들로부터 관심을 모았고, 만 16세가 된 2017년 MLB.com 국제유망주 1위에 선정됐다. 그리고 국제유망주 계약 기간이 시작되는 첫날, 탬파베이와 385만 달러(약 45억 원)에 계약을 맺으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유망주 시절 프랑코가 처음 주목받은 것은 빠른 배트 스피드와 배트 중심에 공을 맞히는 감각이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타석에서 나이답지 않은 세련된 기술적 완성도를 지닌 선수이기도 했다. 그리고 프랑코의 이런 점은 선수 육성에 신중한 탬파베이가 지난해까지 더블A조차 뛰지 않았던 그를 올 시즌 중반 빅리그에 데뷔시킨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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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구단이 마이너리그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기록 중인 젊은 타자 유망주를 곧바로 콜업하지 않는 이유는 빅리그에 성공하기 위해선 유망주 단계에서 반드시 갈고 닦아야 할 '기본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 기본기 중 하나는 선구안, 더 정확하게는 타석에서의 참을성(Plate Discipline)이다. 상위 레벨로 갈수록 투수들이 던지는 변화구의 완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구안이 일정 수준 이상 갖춰지지 않은 유망주들을 성급하게 올리면 콜업 초반엔 성적이 좋다가도 약점(주로 유인구)를 파악 당하면 깊고 긴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메이저리그 팀들은 젊은 타자 유망주가 하위 레벨에서 타고난 파워를 바탕으로 많은 홈런을 친다고 해도 선구안 지표가 나쁘면 빅리그에 불러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예외도 있는 법이다.

2018년 워싱턴 내셔널스는 마이너리그 높은 레벨에서 뛴 경험이 더블A에서 8경기를 뛴 것이 전부였던 한 만 19세 타자 유망주를 빅리그에 콜업했다. 바로 후안 소토다. 그해 소토는 116경기에서 타율 0.292 22홈런 70타점 OPS 0.923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NL) 올해의 신인 2위에 선정됐다. 그럴 수 있었던 배경은 소토가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보여준 '선구안'에 있었다.

'완성형 유망주' 소토와 프랑코의 마이너 기록

[소토] 3시즌 58볼넷 66삼진 OPS 1.043
[프랑코] 3시즌 95볼넷 75삼진 OPS 0.933

그가 마이너리그 3년간 타율 0.362 22홈런 102타점을 기록하면서 볼넷 58개를 골라내는 동안 삼진은 66개밖에 당하지 않는 선구안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뷔 전 프랑코의 볼넷 대 삼진 비율은 그런 소토를 뛰어넘고 있었다. 실제로 프랑코가 지난 3년간 타율 0.332 27홈런 145타점을 기록하면서 볼넷 95개를 골라내는 동안 당한 삼진은 54개밖에 되지 않았다.

프랑코가 지난 2020·21시즌 2년 연속 MLB 유망주 랭킹 1위를 차지했던 이유다. 그리고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프랑코는 지난 6월 23일, 데뷔전에서 2루타와 홈런을 때려내면서 화려하게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데뷔전 이후 4경기 연속 무안타를 포함해 7월까지 프랑코의 성적은 28경기에서 3홈런 12타점 타율 0.230 OPS 0.671에 그쳤다.

하지만 짧은 적응기를 마친 프랑코는 후반기부터 무서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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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프랑코는 34경기에서 타율 0.309 4홈런 22타점 OPS 0.881을 기록 중이다. 25경기 연속 출루 기간으로 범위를 좁히면 타율 0.327 3홈런 19타점 OPS 0.946이다. 한편, 최근 10경기에선 타율 0.410 1홈런 7타점 OPS 1.132에 달한다. 간단히 말해, 어느 구간으로 끊더라도 그는 시즌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좋은 타격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7월까지 21.0%로 리그평균(15%) 대비 6%p 높았던 프랑코의 타석당 삼진비율(K%)는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최근 15경기 구간에선 7.5%에 그치고 있다. 즉, 이전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평균 타구속도가 87.8마일(141.3km)에서 90.2마일(145.2km)로 빨라지는 등 타구 질 역시 좋아졌다.

최근 프랑코가 보여주고 있는 이러한 선구안과 파워는 유망주 시절 그에 대한 스카우트들의 평가와도 거의 일치한다.

완더 프랑코의 구간별 성적 변화

[전반기] 15경기 타율 0.197 2홈런 OPS 0.585
[후반기] 34경기 타율 0.309 4홈런 OPS 0.881
[최근 25G] 타율 0.327 3홈런 OPS 0.946
[최근 10G] 타율 0.410 1홈런 OPS 1.132

물론 현재 프랑코의 시즌 성적인 타율 0.274 6홈런 29타점 OPS 0.790은 여전히 데뷔했을때 그를 향했던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나이가 아직 만 20세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947년 이후 74년간 빅리그에서 300타석 이상 들어선 만 20세 이하 타자는 단 66명. 그 중 wRC+(조정 득점창출력, 100이 평균) 120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18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 선수들의 대부분은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됐거나(윌리 메이스, 미키 맨틀, 알 칼라인, 켄 그리피 주니어 등), 현역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들(마이크 트라웃, 브라이스 하퍼, 후안 소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로 군림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6일 3개의 안타를 추가한 프랑코도 wRC+를 120까지 높이며 그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을 높였다.

과연 프랑코는 이 기세를 시즌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남은 시즌, 탬파베이의 만 20세 신인 유격수 프랑코의 활약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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