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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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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미겔 카브레라의 500홈런이 더 위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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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천재 타자' 미겔 카브레라(38·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메이저리그 통산 500홈런 고지에 올랐다.

카브레라는 23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원정 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6회 초 토론토 선발 스티븐 매츠의 3구째 체인지업을 상대로 우중월 홈런을 때려냈다. 올 시즌 13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500호 홈런. 이로써 카브레라는 빅리그 역대 28번째로 500홈런 고지를 밟은 타자가 됐다.

한편, 카브레라는 베네수엘라 출생 선수 가운데 최초로 MLB 통산 500홈런을 달성한 선수이기도 하다. 그와 동시에 디트로이트 구단 역사상 최초이며 홈 팬들 앞에서 대기록을 쓰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캐나다에 위치한 로저스센터에서 홈런을 치면서 미국이 아닌 곳에서 통산 500홈런을 친 첫 번째 타자라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카브레라의 별명은 '천재 타자'다. 2003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로저 클레멘스를 상대로 홈런을 쳐낸 만 20세 신인 타자에게 이보다 적합한 별명은 없어 보였다. 실제로 이듬해부터 그가 펼친 활약은 그야말로 놀라운 것이었다. 카브레라는 2004년 만 21세의 나이에 타율 0.294 33홈런 112타점을 기록하면서 MLB 역사상 3번째로 어린 나이에 30홈런·100타점을 달성한 타자가 됐다.

이후 2016년까지 13년간 카브레라는 10차례 30홈런·100타점 시즌을 만들어내는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카브레라를 여타 거포들과 구분 짓게 하는 가장 큰 장점은 그가 파워뿐만 아니라 정교함도 갖춘 '완전체' 타자라는 데 있다. 같은 기간 카브레라는 무려 11차례나 시즌 타율이 3할을 넘겼고, 2011-13시즌 3년 연속 포함 총 4차례 AL 타격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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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12년에는 타율 .330 44홈런 139타점으로 칼 야스트렘스키(1967시즌) 이후 45년 만에 아메리칸리그(AL) 타격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MVP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듬해 활약은 더 대단했다. 타율 .348 출루율 .442 장타율 .636을 기록하며 타율, 출루율, 장타율에서 모두 AL 1위에 오른 것이다. 44홈런 137타점을 곁들인 그는 2연속 MVP에 올랐다.

이후 양대 리그에서 연속 MVP를 차지한 선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카브레라의 주요 수상 경력은 올스타 11회, 실버슬러거 7회, MVP 2회, 타격왕 4회, 홈런왕 2회, 타점왕 2회. 사실 이것만으로도 그의 명예의 전당 행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남은 과제는 빅리그 역대 33번째 통산 3000안타 고지다. 23일 기준 통산 2955안타를 기록 중인 카브레라는 이제 안타 45개만 추가하면 3000안타·500홈런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MLB 통산 3000안타·500홈런 클럽

윌리 메이스 3283안타·660홈런 (타율 0.302)
행크 애런 3771안타·755홈런 (타율 0.305)
에디 머레이 3255안타·504홈런 (타율 0.287)
*라파엘 팔메이로 3020안타·569홈런 (타율 0.288)
*알렉스 로드리게스 3115안타·696홈런 (타율 0.295)
알버트 푸홀스 3295안타·677홈런 (타율 0.297)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빅리그에도 3000안타와 500홈런을 동시에 달성한 타자는 6명(행크 애런, 알렉스 로드리게스, 윌리 메이스, 라파엘 팔메이로, 에디 머레이, 알버트 푸홀스)밖에 없었다. 여기에 통산 타율 3할 타자로 범위를 좁히면 행크 애런과 윌리 메이스뿐이다. 통산 타율 0.311로 3할 붕괴까진 아직 여유가 있는 카브레라는 두 레전드와 같은 반열에 올라서게 될 확률이 높다.

2016시즌을 앞두고 디트로이트와 맺은 카브레라의 8년 2억 4000만 달러(약 2820억 원) 계약은 2023시즌에 끝난다(2024-25년 베스팅 옵션). 남은 기간 3000안타 달성이 거의 확실시 되는 가운데 통산 3할 타율을 유지한 채로 은퇴할 수 있다면 카브레라는 이견의 여지 없이 투표 첫해에 90%가 넘는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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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더이상 카브레라에게 전성기급 기량을 기대하긴 어렵다.

2016시즌 만 33세의 나이로 타율 0.316 38홈런 108타점 OPS 0.956을 기록한 것을 마지막으로 2017시즌부터 카브레라는 급격한 기량 하락을 보였다. 지난 5년간 카브레라의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는 -0.9승. 이는 최저연봉으로 구할 수 있는 대체선수보다 팀 승리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카브레라는 연봉으로 1억 4800만 달러(약 1740억 원)를 받았다.

그러면서 위대한 누적 성적과는 별개로 카브레라에 대한 평가도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이는 또 다른 '리빙 레전드'인 알버트 푸홀스(40·LA 다저스)가 이미 걸었던 행보와도 상당히 닮아있다(두 선수의 차이점은 전성기를 세인트루이스에서 보내고 LAA와 초대형 계약을 맺은 후 부진했던 푸홀스와는 달리, 카브레라는 현 소속팀인 DET에서 전성기를 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두 선수의 노쇠화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아래는 만 34세부터 36세까지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선수 10명을 나타낸 자료다.

MLB 역사상 34-36세 사이에 가장 많은 홈런을 친 타자

1. 마크 맥과이어 167홈런 (1998~2000) PED
2. 배리 본즈 156홈런 (1999~2001) PED
3. 베이브 루스 141홈런 (1929~1931)
4. 라파엘 팔메이로 133홈런 (1999~2001) PED
5. 넬슨 크루즈 126홈런 (2015-17) PED
6. 안드레스 갈라라가 119홈런 (1995~1997)
7. 행크 애런 111홈런 (1968~1970)
8. 윌리 메이스 111홈런 (1965~1967)
9. 자니 마이즈 110홈런 (1947~1949)
10. 게리 셰필드 109홈런 (2003~2005) PED

이들 중 절반이 넘는 6명은 1990년대 후반 이후에도 활약한 선수들이다. 즉,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잘하는 선수를 유독 많이 본 세대다. 그러다 보니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나이가 들어도 잘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들 중 거의 대부분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금지약물에 적발된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스테로이드를 비롯한 금지약물은 선수들의 기량 하락을 인위적으로 늦췄다. 실제로 약물 검사가 시행된 이후 선수들의 노쇠화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증거가 있다. 바로 전체 선수들의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성적 변화)다. 아래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2005년까지 MLB 타자들의 ISO(순장타율)은 만 25세에 정점을 찍고 이후 완만한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금지약물 검사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06년 이후엔 만 21세에 정점을 찍고, 만 27세부터 가파르게 하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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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들은 이후 500홈런 고지를 밟을 (금지약물이 적발되지 않은) 타자가 최소 5년간은 없다는 사실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역 홈런 3위 넬슨 크루즈(443홈런)와 4위 로빈슨 카노(334홈런)는 금지약물이 적발된 선수들이다. 5위 지안카를로 스탠튼(31세·332홈런)이 168홈런을 추가하기 위해선 적어도 5시즌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6위 저스틴 업튼(33세·324홈런)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조이 보토(37세·323홈런)은 올해 반등했으나 은퇴를 앞두고 있고, 에반 롱고리아(35세·314홈런)도 비슷한 상황이다. 마이크 트라웃(30세·310홈런)은 부상이 없는 한 500홈런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선수지만 마찬가지로 190홈런을 치기 위해선 5시즌 정도는 걸릴 전망이다. 이를 통해 카브레라의 500홈런이 얼마나 특별한 기록인지 알 수 있다.

우리는 MLB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전설적인 우타자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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