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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올림픽 골프에는 레이디퍼스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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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박인비.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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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 축구 결승은 여자가 먼저 경기하고 남자는 마지막에 한다. 마라톤도 여자는 폐회식 전날 열고 남자가 휘날레를 장식한다. 축제의 마지막에 중요한 이벤트를 배치하겠다는 의도다.

예외가 없지는 않다. 도쿄 올림픽에서 농구 결승 등은 남자가 먼저 하고 여자가 나중에 한다. 그러나 미국 프라임타임의 중계시간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골프는 반대다. 남자 골프는 7월 29일 시작해 8월 1일 끝난다. 여자대회는 8월 5일 시작해 8일 막을 내린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도 그랬다. 남자 골프가 먼저 경기했고 여자는 다음 주에 티오프했다. 여성 골프를 배려해서일까. 아닌 것 같다.

2014년 US오픈 골프대회는 남녀 대회를 한 골프장(노스캐롤라이나 주 파인허스트 골프장의 2번 코스)에서 2주 연속으로, 일종의 ‘더블헤더’ 방식으로 열었다. 그 대회에서도 역시 남자가 먼저 경기하고 여자가 다음 주 대회를 치렀다.

대한골프협회는 “IOC가 왜 여자 골프를 먼저 하는지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2014년 US오픈 더블헤더에서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다.

당시 미국골프협회(USGA)가 남자 대회를 먼저 여는 이유는 남자 대회에 완벽한 코스를 주기 위해서였다. US오픈이 US여자오픈보다 특급 이벤트이니 남자 선수들이 말끔한 페어웨이와 그린에서 겨루라고 한 것이다. 특히 그린에서 핀 포지션은 매우 중요한데, 가장 좋은 자리를 남자들이 쓰게 했다.

여성을 배려한 측면이 없지는 않다. US오픈은 그린을 빠르면서도 시멘트처럼 딱딱하게 만든다. 공을 세우기 어렵게 하기 위해서다. 남자들이 경기하기 전 그린을 딱딱하게 만드는 과정에 여자 대회를 열면 여성 선수들이 고생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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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금메달 후보 중 하나인 마쓰야마 히데키.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이 사용하고 난 코스에서 경기해야 한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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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더라도 여자 대회 후 남자 대회를 치르는 것이 적당하다. 여성들이 경기할 때 그린에 적당히 물을 주면 된다. 남자 선수들은 여자 선수들보다 디봇을 깊게 내 코스를 훼손한다. 상대적으로 여자 선수들의 디봇은 깊지 않아 이후 남자 선수들 경기에 큰 지장은 없다.

젠틀맨 퍼스트가 여성을 배려한 것이라면 환영할 만하지만 남성 중심적인 사고였다. 당시 “대회를 주최하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레이디 퍼스트’라는 신사의 에티켓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자 결승을 남자 결승보다 먼저 치르는 테니스 메이저 대회의 순서도 참고할만 하다. 특히 윔블던은 잔디 코트에서 치러져 골프와 비슷한 면이 있는데 역시 여자 결승을 먼저 치른다. 여자 결승 등을 치르면서 짓밟혀 색깔이 변한 센터 코트에서 경기를 한다고 해서 남자 결승의 권위까지 짓밟히지는 않는다. 오히려 누렇게 바랜 잔디 위에 있는 선수들은 더 멋져 보인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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