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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더이상 '괴수의 아들'이 아니다. 아버지 블라디미르 게레로가 '괴수의 아빠'라고 불릴 날이 머지않았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2·토론토 블루제이스)는 14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스주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 경기에 3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8-4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경기로 게레로 주니어의 2021시즌 성적은 63경기 21홈런 55타점 타율 0.344 OPS 1.137이 됐다.
이는 아메리칸리그(AL)를 기준으로 타율·홈런·타점·OPS 부문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게레로 주니어의 2021시즌 타격 성적>
타율 0.344 (AL 1위)
홈런 21개 (AL 1위)
타점 55점 (AL 1위)
출루율 0.450 (AL 1위)
장타율 0.688 (AL 1위)
OPS 1.137 (AL 1위)
wRC+ 203 (AL 1위)
fWAR 4.1승 (AL 1위)
게레로 주니어는 2018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괴수'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아들이다. 만 16세였던 2015년 390만 달러(약 44억 원)에 국제유망주 계약을 맺고 토론토에 입단한 게레로 주니어는 2019시즌을 앞두고 미국 3대 야구 유망주 평가 매체(베이스볼 아메리카·MLB.com·베이스볼 프로펙터스)에서 모두 유망주 랭킹 1위를 차지했을 만큼 기대를 받았다.
단순히 게레로의 아들인 것을 떠나, 직전 시즌 만 19세의 나이로 루키리그부터 트리플A까지 네 단계를 거치며 95경기에서 타율 .381 20홈런 78타점 OPS 1.073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게레로 주니어는 MLB.com에서 선정한 <2019 부문별 최고의 유망주>에서 정확도(80점)와 파워(70점) 부문 1위를 동시에 석권했다.
하지만 막상 빅리그에 데뷔한 게레로 주니어가 첫 두 시즌 동안 거둔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9년 123경기에서 15홈런 69타점 타율 .272 OPS .772를 기록한 그는, 2020년에도 60경기 9홈런 33타점 타율 .262 OPS .791에 그쳤다. 타격도 타격이지만, 수비 문제도 심각했다. 그러면서 게레로 주니어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도 폭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게레로 주니어가 올 시즌 갑자기 MLB를 초토화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되짚어야 할 점은 지난겨울 게레로 주니어에게 있었던 변화다. 지난해 11월 '데포르티보Z 101'의 기자 헥터 고메즈는 SNS를 통해 "게레로 주니어는 시즌을 마치고 32파운드(약 14.5kg)를 감량"했다"고 전했다. 기름진 음식을 끊고, 오후 7시 이후에는 물 외에는 먹지 않는 등 식습관을 뜯어고치면서 체력 훈련에 매진한 결과다.
이에 대해 게레로 주니어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틀렸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즌이 연기되는 동안 훈련을 열심히 하지 못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1)와 후안 소토(22)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이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자신과 같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동년배의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치는 것을 보면서 새롭게 각오를 다진 것이다. 실제로 게레로 주니어는 2020시즌 종료 후에도 플로리다 더니든에 위치한 토론토 구단의 훈련장에 남아 타격 훈련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며 몸을 만들었다. 즉, 단순히 몸무게 변화를 떠나 확고한 동기부여를 갖고 훈련에 매진한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런 훈련 과정을 통해서 달라진 점은 <스탯 캐스트>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100마일 이상 타구 갯수 순위>
1위 타티스 주니어 73개
2위 호세 아브레우 71개
3위 일로이 히메네즈 69개
공동 4위 게레로 주니어 68개
공동 4위 코리 시거 68개
5위 매니 마차도 62개
유망주 시절 게레로 주니어의 '순수한 힘'에 대한 평가는 그를 지켜본 스카우트들의 말이 맞았다. 지난 시즌에도 게레로 주니어의 100마일(160.9km/h)이 넘는 타구는 무려 68개에 달했다. 이는 타티스 주니어(73개), 호세 아브레우(71개), 일로이 히메네즈(69개)에 이어 코리 시거(68개)와 함께 공동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런데 해당 명단에 있는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최상급 타격 성적을 남긴 반면, 게레로 주니어는 그렇지 못했다. 원인은 하나. 타구 발사각도가 낮아서 대부분의 강한 타구들이 땅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겨울 훈련을 통해 스윙 매커니즘을 교정한 게레로 주니어는 올해 마침내 공을 띄우기 시작했다.
게레로 주니어의 타구각도 변화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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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게레로 주니어의 2020시즌(완쪽), 2021시즌(오른쪽) 타구를 발사각도별로 정리한 자료다. 적색은 안타, 회색은 범타이며 차지하는 면적이 넓을수록 해당 위치로 타구를 많이 날려 보냈다는 뜻이다. 2020시즌 게레로 주니어의 범타 가운데 상당수가 발사각도가 0도 이하인 땅볼 타구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초록색 원).
반면, 2021시즌에는 0도 이하인 타구가 크게 줄어들고 0도에서 20도 사이에 대부분의 타구들이 집중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해에도 평균 92.5마일(148.9km/h)로 최상위권이었던 타구속도 역시 올해 95.2마일(153.2km/h)로 2.7마일(4.3km/h) 더 빨라졌다. 그러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배럴 타구(Barrels)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배럴 타구란 출구속도와 발사각도를 조합했을 때, 기대 타율이 0.500 장타율이 1.500 이상인 공을 말한다. 평균 발사각도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8.7%로 메이저리그 평균인 6.5%를 간신히 넘었던 게레로 주니어의 배럴 비율은 올 시즌 15.6%로 거의 2배 가까이 많아졌고, 이 타구들이 장타로 연결되고 있다.
<MLB 역대 트리플크라운 타자 (라이브볼 시대)>
로저스 혼스비 (1922, 1925년)
지미 폭스 (1933년)
척 클라인 (1933년)
루 게릭 (1934년)
조 매드 윅 (1937년)
테드 윌리엄스 (1942, 1947년)
미키 맨틀 (1956년)
프랭크 로빈슨 (1966년)
칼 야스트렘스키 (1967년)
미겔 카브레라 (2012년)
블라디미르 게레로 JR (진행 중)
프로야구리그에서 한 타자가 시즌 타율·홈런·타점 부문 1위를 석권하는 것을 가리켜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이라고 한다. 메이저리그에는 라이브볼 시대 이후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타자가 현재까지 10명이 있었다. 그마저도 1967년 칼 야스트렘스키 이후에는 2021년 미겔 카브레라(타율 0.330 44홈런 139타점)밖에 달성하지 못했던 대기록이다.
만약 지금 순위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게레로 주니어는 2012년 카브레라에 이어 라이브볼 시대 11번째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타자가 된다. 과연 게레로 주니어는 시즌 끝까지 지금 페이스를 이어갈 수 있을까? 데뷔 후 2년간 이어진 방황을 끝내고 마침내 역대급 잠재력을 만개하기 시작한 게레로를 주목해보자.
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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