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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그알' 밝던 소녀, 왜 엄마에게 돌아가 시신으로 발견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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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영 기자]

머니투데이

그것이 알고싶다 / 사진= SBS



지난 30일에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단칸방의 유령들'이라는 부제로 창원 모녀 사망 사건을 통해 드러난 대한민국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대해 조명했다.

지난해 무더웠던 여름, 경남 창원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50대 여성 김씨와 그의 딸 22세 수정씨가 함께 사망한 채 발견돼ㅛ다. 김씨가 오랫동안 보이지 않은데다 집에서 악취가 진동해 이웃들이 신고한 것이다.

주민들은 방안에서 모녀가 사망한 것에도 충격을 받았지만 수정씨의 존재에 더욱 놀랐다. 김씨에게 딸이 있었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정씨의 존재조차 몰랐던 이웃들과 달리 수정씨 친구들의 증언은 달랐다. 수정씨의 친구들은 "워낙 밝은 친구라 모르는 친구들이 없을 정도로 다 안다. 되게 착했다. 엄청 많이 웃고 곁에 있는 사람까지 행복하게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또 재능이 많고 관심 있는 분야도 많았으며 특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했다. 실제로 두 모녀가 사망한 방에서는 수십장의 그림이 나왔다.

친구들은 그 그림을 보며 "수정이가 그린 건 맞다. 그런데 이런 그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라며 채색은 되지 않고 선으로만 그린 그림에 대해 기묘하다고 말했다.

친구들도 낯설어하는 수정씨의 그림에는 옷 속에 몸은 물론 장기나 태아까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수정씨가 6년 동안 다녔던 미술학원 교사는 "수정이가 왜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왜 태아로 있을 때부터 그렸을까. 수정이가 내가 못 본 사이에 이 아이가 생각할 수밖에 없던 분명 뭔가 있지 않았을까"라며 얼굴을 굳혔다.

제작진은 두 모녀에 대해 조사하던 중 김씨가 남편과 이혼 후 딸인 수정씨를 방치했다는 증언을 들었다.

주민들은 "엄마가 일하고 돌아올 때까지 초등학생 아이를 집 밖에 방치했고 그때 집주인 아저씨한테 성추행을 당했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이후 이웃 주민들은 2010년 수정씨의 엄마 김씨를 아동 방임 및 정서 학대의 이유로 신고를 했고 수정씨는 김씨와 강제 분리되었다. 이후 수정씨는 시설에서 밝고 건강하게 살았다.요양 보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했으나 고등학교 졸업 후 수정씨는 사라졌다.

18세가 되며 시설에서 퇴소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수정씨는 결국 엄마 곁으로 돌아갔고 이후 존재가 사라졌던 것으로 보인다.

미술 치료 전문가는 방에서 나온 그림에 대해 "7세 아동들이 그리는 그림의 특징이 드러나 있다"며 "성인이 이런 그림을 그린다면 현실감이 떨어지는 상태이다. 미성숙한 이들이 그리는 그림이다"라고 분석했다. 또 "사고 능력이 굉장히 와해된 이들에게서 보이는 굉장히 사이코틱한 그림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제작진이 방에서 나온 자필서명까지 모아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방에서 나온 그림들은 수정씨가 아닌 엄마 김씨가 그린 그림이었다.

심리 전문가들은 어머니가 그린 그림에 대해 "그림이 모두 대칭이다. 데칼코마니처럼 보일 수 있게 그렸는데 딸을 자신처럼 동일시하는 모습이 보인다"라며 "딸에 대한 강한 집착과 통제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제작진이 만난 김씨 동생은 "2010년에 수정이가 시설에 입소할 때 연락을 받았다. 누나가 우울증에 대인기피증도 있고 환청도 들리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퇴원 후에는 강제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수정이를 데리고 와서 결국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김씨는 딸과 강제 분리 후 더욱 증상이 심해졌고 수정씨는 이 엄마를 만나 단둘이 살면서 함께 병들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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