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혈질 티럴 해튼이 버디 퍼트를 놓친 후 퍼터를 던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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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투어에서 23일 공개한 동영상 ‘Angry golfer(화난 골퍼)’가 화제다. 화를 참지 못해 경기 중 폭발한 경력이 있는 빌런(악당) 선수들이 집단 치료(group therapy)를 받는 코믹 동영상이다.
행실이 모범적이고, 예수처럼 머리를 기른 토미 플릿우드가 치료사로 나온다. 티럴 해튼, 매트 월러스, 에디 페퍼렐, 헨릭 스텐손, 이언 폴터 등 분노조절장애 성향이 있는 선수들이 모여 치료를 받는다.
세계랭킹 5위 해튼은 경기 중 걸핏하면 클럽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영상에선 그가 퍼트를 넣지 못했을 때 플릿우드가 다가가 “기분 나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기억해”라고 조언한다.
해튼은 알았다는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이중적 의미다. 해튼은 이전에도 퍼트가 들어가지 않을 때 홀에 엄지손가락을 세운 적이 있지만, 가운데 손가락을 드는 것 같은 조롱의 뜻이었다.
우승경쟁 중 실수한 캐디를 다그쳐 비난받은 매트 월러스는 “캐디와 아주 잘 지낸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 캐디의 이름도 몰랐다.
에디 패퍼럴도 팽패리(성질 까다롭고 별난 사람)다. 트위터에서 악플러들의 도발을 참지 못하고 반격해 더 큰 놀림감이 됐던 그에게 플릿우드가 묻는다. “너는 여기서 (치료 경험을) 다른 사람한테 얘기해줄 거니, 아니면 또 트위터에다 풀어버릴 거니.”
신사 마르틴 카이머는 다른 선수들이 “너는 여기 나오기엔 너무 착하다”고 하자 화를 낸다. 그는 샌님답게 고작 종이컵 몇 개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나가버린다. 치료사인 플릿우드도 결국엔 분노를 참지 못한다. 악당들의 전화벨 소리에 화가 난 그는 “내가 몇 번 전화 끄라고 했어”라며 뛰쳐나간다.
동영상은 코미디 속에서도 열정과 분노의 차이는 무엇인가, 또 용인될 분노의 기준은 어느 정도인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선수들의 연기력도 뛰어나다. 모임에 처음 참석한 것으로 설정된 티럴 해튼의 긴장한 듯한 표정 연기는 할리우드 배우 뺨쳤다.
유러피언투어는 가끔 선수들이 등장하는 위트 있는 동영상을 제작한다. 이번 영상이 그중 최고라는 평가다. 동영상은 나흘 만에 트위터와 유튜브를 통해 136만 뷰가 나왔다.
선수들로선 일종의 심리극을 통해 자신을 객관적 입장에서 보는 계기도 됐을 것이다. 해튼은 효과도 봤다. 24일 끝난 아부다비 챔피언십에서 로리 매킬로이에 역전우승했다. 공이 홀을 돌고 나오자 공손하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서 감정을 자제한 것이 도움이 됐을 것이다.
코스의 빌런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다. 신사의 스포츠 골프에서 클럽을 던져버리는 등의 행동은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때론 지루할 수도 있는 골프에서 솔직한 감정 표현으로 평소 볼 수 없었던 볼거리를 제공한다고 여기는 이도 있다. 양쪽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
자신의 약점까지도 유머로 만들 수 있는 여유는 부럽다. “모순된 정책을 쓰는 두 얼굴의 인간”이라고 정적이 비난했을 때, 에이브러햄 링컨은 “당신에게 얼굴 두 개가 있다면 (못생긴) 이 얼굴을 쓰겠느냐”라고 했다. 손가락 욕설 김비오와 낚시꾼 스윙 최호성이 동영상을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성호준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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