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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닫힌 오픈, 불운한 행운아...2020 골프의 역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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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바꾼 2020 골프계

국내외 골프장 최고의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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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대회 AIG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한 포포프.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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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골프 역사에서 가장 이상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처음엔 코로나 19가 홀을 틀어막았다. 이전 사람이 남긴 바이러스에 접촉할 가능성이 있어 서양 골프장은 플라스틱으로 홀에 벽을 쌓았다. 고무래도 치웠다. 미국은 셧다운을 했고 영국은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각국 투어도 코로나 폭격을 맞았다.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디 오픈이 취소됐다. 처음으로 투어를 재개한 KLPGA가 전 세계 골프계의 주목을 받았다.

투어 판도는 달라졌다. 아마추어나 2부 투어에서 관중 없이 경기하던 신인급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냈다. 관중이 주는 압박감을 즐기던 타이거 우즈를 비롯한 스타급 선수들은 “무관중이라 명백히 불리했다”고 말했다. 브라이슨 디섐보는 우승후보로 꼽힌 마스터스에서 갤러리가 있었다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공을 잃어버렸고 트리플 보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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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처음 11월에 열린 마스터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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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는 처음 9개 대회에서 미국 선수가, 이후 9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압도했다. 시즌 초반 한국 선수 대부분이 국내에 머물렀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소피아 포포프는 코로나 속 불운을 겪은 행운아였다. 전염병을 두려워한 불참자 때문에 기회를 얻어 AIG 오픈(구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메이저 우승을 하고도 ANA 인스퍼레이션 등에 나가지 못했다. 원래 3월 열리던 ANA가 일정을 9월로 옮기면서 참가기준은 그대로 3월로 했기 때문이다. 당시 포포프의 랭킹은 304위였다.

일정이 뒤죽박죽되면서 시계열 흐름이 뒤바뀌어 혼란한 한 해였다.

US오픈 등 오픈(open) 대회는 닫힌 대회가 되어버렸다. 누구라도 참가해 겨룰 수 있다는 '열린 대회'의 취지를 살릴 지역 예선전이 사라져서다. US여자오픈 주최측은 지역 예선을 통해 출전할 선수를 충원해야 했다. 그 중 하나가 김아림이었고 우승을 차지했다. 역설적으로 US여자오픈은 닫힌 대회가 되면서 김아림에게 문을 열어줬다.

LPGA 투어는 감염을 우려해 전담 캐디가 아니면 쓸 수 없게 했다. 캐디를 구하지 못한 린지 위버가 샐프 캐디로 AIG 오픈 우승경쟁을 하자 캐디들은 실직의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유러피언 투어에서는 직접 백을 메고 경기한 마크 워런이 오스트리아 오픈에서 우승했다. 전담 캐디가 대회 직전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LPGA 투어는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캐디가 카트에 탈 수 있게 했다. 일정 변경으로 더운 날 경기를 치러 일사병 등 사고가 날 수 있어서다. 선수는 카트에 못 타고 캐디만 탈 수 있었다.

봄의 제전 마스터스는 철쭉 대신 단풍(11월) 속에서 경기했다. 그린이 부드러워 역대 최저타 컷 통과, 우승 기록이 양산됐다. 반면 우즈는 한 홀 10타라는 악몽을 경험했다. 부드러운 그린에서 스핀이 너무 많이 걸려 공이 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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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은 4개 대회만 나서 LPGA 상금왕이 됐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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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골프 세계랭킹은 선수가 경기에 출전하지 않으면 점수를 고정했다. 고진영은 총 10개 대회만 뛰고도 랭킹 1위를 유지했다. 고진영은 LPGA 투어에 딱 4번만 나가 상금 랭킹 1위에 올랐다.

주인이 나오지 못한 대회도 생겼다.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최경주는 2주 격리 때문에 한국에 오지 않았다.

골프장들은 깊은 불황 속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코로나 공포로 2020년을 시작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그린피가 올랐고 골프용품도 많이 팔렸다. 2020년은 골프에서 역설적인 한 해였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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