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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겨울 US오픈의 김아림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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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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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대회는 대부분 여름에 열린다. 해가 가장 길 때, 가능한 많은 선수가 참가해 기량을 겨루게 하려는 의도다. 올해 US오픈은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한겨울인 15일 막을 내렸다. 12월의 US오픈은 8월의 크리스마스만큼 모순적인 말이다.

김아림으로서는 행운이었다. 올해 이전까지 김아림은 US여자오픈에 한 번도 나가보지 않았다. 지역예선을 통해 도전해 볼 수 있었지만 시도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KLPGA 투어 선수가 망설인다. 지역예선이 KLPGA 투어 일정과 겹치거나, US오픈에 다녀올 경우 시차 적응 문제 등으로 국내 투어에서 어려움을 겪을까 우려해서다.

LPGA 메이저 대회에 나가는 국내파가 있었지만, 유소연·전인지·박성현·이정은6 등 당시 국내투어 최고스타로 해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이었다.

코로나 19로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KLPGA 투어는 모든 일정을 마쳤기 때문에 미국 대회 참가에 문제가 없었다. 김아림 등에겐 지역예선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 출전권도 나왔다.

디 오픈이나 US오픈 등 오픈(open)이라는 이름이 붙은 대회는 말 그대로 열린 대회다. 지역예선 등을 통해 문호를 활짝 열어두고 누구든 참가해서 실력을 겨루자는 뜻이다.

그러나 역시 코로나 감염 위험으로 인해 지역예선이 열리지 못했다. 닫힌 대회가 되면서 이 선수들을 채워야 했다. 주최 측은 지난 7월 세계 랭킹 75위까지 출전권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랭킹 순위라면 김아림(88위)은 참가할 수 없었다. 그러나 USGA는 세계 랭킹을 3월 16일 기준으로 했다. 코로나 19로 대회가 중단되던 시기로 정한 것이다. 김아림의 또다른 행운이었다.

김아림은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12월 13일 현재 랭킹이 94위였다. 결과적으로 김아림은 2007년 여자 골프 랭킹이 생긴 후 가장 낮은 순위(94위) 우승자가 됐다. 김아림은 US오픈 우승 후 랭킹이 64계단 뛰어 30위가 됐다.

경기도 드라마틱했다. 선두와 5타 차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그는 우승이 어려워보였으나 마지막 세 홀 버디-버디-버디로 한 타 차 우승했다. 이 세 홀에서 드라이버를 한 번도 안 친 게 특이하다.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칩인 버디 2개와 이글 1개를 잡은 이미림이 연상된다.

김아림은 “182야드 맞바람 파 3인 16번 홀은 5번 아이언으로 티샷해 3m 퍼트를 넣었다. 17번 홀은 유틸리티로 티샷했고, 8번 아이언으로 60cm에 붙였다. 18번 홀은 3번 우드, 48도 웨지로 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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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쓰고 우승을 확정한 김아림.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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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국내파 김지영은 3라운드에서 최고 성적을 냈고 김아림은 4라운드 4언더파를 치면서 역전 우승했다. 김아림과 김지영은 KLPGA에서 각각 2승을 한 선수다. 이번 대회로 인해 KLPGA 투어에서 우승할 수 있는 선수는 US오픈을 비롯한 LPGA 투어에서도 우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US오픈이 겨울에 열리지 않았다면 상당기간 증명되지 않았을 것이다.

KLPGA 투어는 최근 명문 코스에서, 코스 세팅을 어렵게 하고 있다. KLPGA 선수들이 US오픈 같은 대회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된 원인 중 하나다.

김아림은 우승 인터뷰에서 “박세리보다는 안니카 소렌스탐을 동경했다”고 했다. 소렌스탐은 25세 때 US오픈으로 LPGA 투어에서 첫 우승을 했다. 김아림도 25세에 US오픈으로 첫 LPGA 우승을 차지했다.

김아림은 왜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했나라는 질문에 "내가 걸리는 건 무섭지 않은데, 내가 또 다른 누구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게 최선이겠다고 생각하고 불편한 것을 감수하고 마스크 쓰고 치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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