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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챔피언스클럽 난코스가 소환한 오빌 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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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그린에 비까지 내려 고생

무디, 1969년 US오픈 우승 코스

한국오픈 우승 등 한국과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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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승자 이정은이 13일 3라운드에서 그린을 읽고 있다. 챔피언스 클럽은 일반 골프장 그린의 2~3배 되는 대형 그린과 포대 그린 등으로 선수들을 괴롭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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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전장이 긴데다 그린이 엄청나게 크고 경사도 심해 애를 먹었습니다.”

올해 US여자오픈 골프가 미국 휴스턴의 챔피언스 클럽에서 열렸다. 선수들은 “그린에서 고생했다”고 입을 모았다.

비도 한몫했다. 일반 대회는 공에 흙이 묻을 정도로 페어웨이가 젖었을 경우 닦아서 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US오픈은 악천후에도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그냥 쳐야 한다. 페어웨이나 러프에서는 선수들이 흙 묻은 공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언샷 컨트롤이 잘 안 돼 핀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퍼트하는 일이 많다 보니 3퍼트가 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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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빌 무디


51년 전인 1969년 남자 US오픈도 바로 이 챔피언스 클럽에서 열렸다. 우승자는 오빌 무디(미국·1933~2008)였다. 당시 14년간 복무하고 돌아온 군인 출신 선수의 US오픈 우승이라서 큰 화제가 됐다.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하기도 했다.

무디는 골프장 관리인의 아들로 태어나 오클라호마주 고교 대회에서 우승했다. 대학에 잠깐 다녔고, 여자 친구와 싸운 뒤 홧김에 군에 입대했다. 미군 골프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골프광이었던 당시 미 8군 사령관이 차출했다. 골프계 원로 김학영 프로에 따르면 무디는 1950년대 후반~60년대 초반 미 8군 사령부에서 근무했다. 카터 매그러더 사령관, 최세황 국방부 차관, 김학영 프로와 함께 군자리 골프장에서 매주 라운드했다.

무디는 한국오픈 초대 대회(1958년)부터 3회 연속 우승했다. 59, 66년에는 아마추어인데도 프로만 출전하는 한국프로골프 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우승했다. 실력이 워낙 뛰어나 프로로 인정해줬던 것으로 보인다. 59년에는 7타, 66년에는 5타 차의 압승이었다. 김학영 프로는 “무디는 드라이버와 아이언이 국내 프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 다만 퍼트엔 약점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1960년 KPGA 선수권에서 무디를 꺾은 한장상 프로는 “불안한 퍼트가 아니었다면 내가 무디를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무디는 1967년 전역해 PGA 투어 선수가 됐다. 챔피언스 클럽에서 열린 69년 US오픈은 그의 유일한 PGA 투어 우승이다. 뉴욕타임스는 “무디는 생소한 역그립으로 퍼트하면서 우승했다”고 기록했다. 무디가 역그립이라는 변칙으로 어려운 그린에서 성공한 것이다. 무디는 US오픈에서 1, 2차 예선을 통과해 우승한 마지막 선수다. 역그립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다. 무디는 “돈은 많이 벌지만, 스트레스 많은 투어보다 군 생활이 좋았다”고 푸념했다. 무디는 만 50세 넘는 선수가 참가하는 챔피언스 투어(시니어 투어)에서 빛을 봤다. 가슴에 고정하는 롱 퍼터를 쓰면서다. 무디는 1989년 US 시니어 오픈 등 챔피언스 투어에서 11승을 거뒀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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