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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전자랜드의 마지막 시즌, 36세 정영삼이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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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까지만 팀 운영 예고, 5경기서 4승하며 단독 선두

조선일보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는 지난 4월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다. 조던이 1997-1998시즌 NBA 파이널에서 우승컵을 드는 과정을 담았다. ‘라스트 댄스(마지막 춤)’는 조던이 은퇴하기 전 마지막 시즌이란 데에서 나온 말이다.

몇몇 농구 팬과 선수들은 KBL(한국농구연맹) 인천 전자랜드의 2020-2021시즌을 가리켜 라스트 댄스라고들 한다. 전자랜드 구단에서 ‘구단 유튜브 이름을 지어달라’고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전자랜드에서 뛰다가 상무로 입대한 정효근이 ‘라스트 댄스’라고 댓글을 단 것에서 비롯됐다. 전자랜드는 지난 8월 “올 시즌까지만 팀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전자랜드 주장 정영삼(36)은 최근 본지 통화에서 이를 얘기하며 멋쩍은 듯 웃음을 터뜨렸다.

“조던의 스토리와 비교되는 게 부끄럽네요. 저희 팀 사정상 정말 기적이 필요하겠지만, 만약 최선을 다해 챔프전에 오른다면 시즌이 끝나고 ‘전자랜드의 라스트 댄스였다’고 두고두고 회자되지 않을까요.”

전자랜드는 올 시즌 개막 후 5경기에서 4승 1패를 거두며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입대, FA(자유계약선수) 이적으로 전력이 약해졌는데도 우승 후보 서울 SK, 안양 KGC인삼공사를 줄줄이 격파했다. 특히 4쿼터에 집중력을 발휘해 역전하거나 격차를 벌린 게임이 많았다.

거짓말 같은 연승 행진 속에 주장 정영삼이 있었다. 남들은 은퇴를 바라볼 나이에 출전 시간이 작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고(약 20분), 평균 득점도 작년 2.9점에서 올해 9.2점으로 뛰어올랐다. 정영삼은 “원래 저희 팀이 출발은 매번 좋다”면서도 “저도 솔직히 올해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의 성적을 내고 있다. 팀워크를 통해 전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 보여준 듯하다”고 했다.

정영삼은 유도훈 감독과 함께 앞으로 팀이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아줄 리더다. 그는 시즌 전 어린 후배들에게 ‘즐기면서 하자’ ‘너희 농구 인생은 이제 시작’이라며 다독였다고 한다. 그는 “물론 남들보다 절실해야 하고 한 발짝 더 뛰어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너무 스트레스받지는 않았으면 했다”고 했다.

조던이 은퇴를 번복했듯 전자랜드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 전자랜드는 과거에도 두 차례 탈퇴 의사를 밝혔다가 번복한 바 있다. 성적 상승세가 이어질지도 불확실하다. 팀 연봉 총액은 10팀 중 10위. 국내 선수층이 얕고,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선수 교체가 쉽지 않다는 변수도 있다. 정영삼은 “지는 날이 많아지더라도, 마지막 경기까지 후배들과 함께 동요하지 않고 뛰겠다”고 했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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