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CJ컵 라스베이거스 개최의 득과 실

코로나로 제주 대신 미국서 열려

스타급 참가 전망 우즈도 가능성

국내 젊은선수도 PGA 경험 기회

미국으로 완전히 옮기는 건 손해

올해 CJ컵은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릭에서 열린다. [중앙포토]

제주에서 열리던 한국 유일의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더 CJ컵이 올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남자 골프 엘리트 선수 대부분이 미국에서 활동하는데, 해외 입국자는 2주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대회 참가를 위해 한국에 오기 어렵다. 코로나19로 사람이 여행을 못 하자, 대회가 대신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골프 대회는 일종의 산업시설이다. 총상금 975만 달러(약 115억 원)인 CJ컵처럼 큰 대회는 많은 일자리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낸다. 그렇기에 CJ컵이 한국 밖으로 나가는 게 아쉽다. 코로나19로 선수들이 올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다 보니 선택지는 둘 뿐이다. 취소하거나 미국으로 옮겨서 하거나. 어쨌든 대회는 여는 게 낫다.

지난해까지는 제주 나인브릿지에서 열렸다. [사진 나인브릿지]

미국에서 대회를 여는 데 따른 장점이 있다. CJ컵이 제주에서 열릴 때는 주최 측에서 선수들에게 출전을 부탁하곤 했다. 메이저급 상금 규모의 CJ컵이 미국에 가면 갑을이 바뀐다. 라스베이거스는 특히 좋다. 코로나 시대라 선수들은 이동을 부담스러워하는데 PGA 투어가 2주 연속 이 지역에서 열린다.

저스틴 토머스(아래 사진), 브룩스 켑카는 CJ컵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1위에도 올랐고 올해의 선수도 됐다. 선수들 사이에서 대회 평판이 좋다. 스타 선수가 많이 참가할 것이다. 타이거 우즈 참가 가능성도 있다. 허리 수술을 한 우즈는 “날이 추우면 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한다. 10월 제주 산간에서 열리는 CJ컵은 꺼려도, 날이 따뜻한 라스베이거스라면 다른 얘기다. 일정도 좋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메이저 대회가 연기됐다. US오픈이 이달 중순, 마스터스가 11월 중순이다. CJ컵은 10월 중순이다.

저스틴 토머스. [연합뉴스]

대회가 열리는 섀도 크릭 골프장은 명문 코스다. 우즈와도 인연이 깊다. 우즈는 매년 이곳에서 ‘타이거 잼’이라는 골프와 콘서트, 파티 등이 어우러진 자선행사를 주최한다. 우즈가 전 부인 엘린 노르데그렌과 본격적으로 사귀게 된 계기도 ‘타이거 잼’이었다. 지난해 우즈-필 미켈슨의 이벤트 ‘더 매치’ 경기장이기도 하다. CJ컵 바로 다음 주에는, 일본에서 열리던 조조 챔피언십이 캘리포니아 셔우드 골프장으로 옮겨 진행된다. 우즈는 지난해 조조 챔피언에서 우승했다. 또 셔우드 골프장과도 인연이 깊다. 우즈가 어느 대회에 참가할지 관심사다.

라스베이거스는 미국 서부 시간대라서, 한국은 새벽이 아니라 아침에 경기 생중계를 볼 수 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후 5시~8시 프라임 타임에 중계한다. 타이틀 스폰서 CJ는 높은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화를 시도하는 CJ로서는 미국 개최가 유리할 것이다.

CJ컵 미국 개최의 최대 수혜자는 국내 투어의 젊은 선수들이라고 본다. KPGA 선수권에서 우승해 CJ컵 출전이 확정된 김성현(22)은 “PGA 투어에 진출할 계획이라 미국에서 최고 선수들과 겨뤄보는 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라고 기뻐했다. CJ가 후원하는 김주형(18)도 참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국내 투어 상위권인 김한별(24)·이태희(36)·이재경(21)·이수민(27)·함정우(26) 등도 출전 가능성이 있다. 김성현은 “선수로서 대회가 미국에서 열리는 건 장점이 90%”라고 말했다.

CJ컵이 한국을 영영 떠나는 건 안 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한국에 있어야 우리 경제에 좋듯, CJ컵도 한국에 있어야 국내 골프 발전에 좋다. 미국으로 떠난다면 LPGA 기아 클래식처럼 그냥 미국대회가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만 옮긴다니 다행이다. 코로나로 인해 뜻밖에 해외로 나가는CJ컵이 견문을 넓혀 더욱 풍성한 대회로 성장하기를 빈다. 사족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제주 나인브릿지가 섀도 크릭보다 멋진 골프코스라고 생각한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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