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 "공 움직임 봤으면 경기위원 불렀을 것"… "육안 확인 못하는데 비디오 증거 채택" 비판
욘 람이 메모리얼 토너먼트 최종 4라운드 16번 홀(파3)에서 두 번째 샷을 하는 모습. 공이 그대로 홀에 들어가 버디를 기록했지만 경기 후 어드레스 과정에서 공이 움직인 걸로 판명돼 2벌타가 부과돼 스코어는 보기로 바뀌었다./PGA 투어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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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한국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최종 4라운드 16번 홀(파3). 3타 차 선두를 달리던 욘 람(26∙스페인)의 티샷이 러프에 빠졌다. 후반 들어서만 4타를 잃는 등 흔들리고 있던 터라 이 홀에서도 타수를 잃는다면 우승을 장담하기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람이 부드럽게 띄운 샷은 프린지에 떨어진 후 구르더니 홀에 쏙 빨려 들어갔다. 람은 주먹을 휘두르며 환호했고, 같은 조에서 우승을 다투던 라이언 파머(미국)도 손을 부딪히며 축하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2012년 이 대회 다섯 번째 정상에 오를 때 16번 홀에서 기록한 버디를 연상시켰다. 당시 우즈도 티샷을 러프로 보냈지만 플롭샷으로 버디를 잡아내 구름 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냈다. 대회를 주최하는 ‘골프 전설’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람의 16번 홀 플레이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샷"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이 버디는 경기 후 보기로 바뀌었다. 람이 샷을 하기 전 공 뒤 잔디에 클럽을 대는 과정에서 공이 살짝 움직였기 때문이다. 람은 경기 후 "공이 움직인 걸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방송 중계 카메라의 슬로모션 화면에는 공의 미세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PGA 투어는 스코어 카드를 접수하기 전 람에게 슬로 비디오를 보여줬다. 람은 "미처 알지 못했지만 공이 움직였다"며 벌타를 받아들였다. PGA 투어는 이에 따라 람에게 2벌타를 부과했다. 공을 움직이게 한 것에 대해서는 1벌타(9.4b), 잘못된 장소에서 플레이를 한 것에 대한 벌은 2벌타(14.7a)다. 그런데 왜 3벌타가 아니고, 2벌타일까. 하나의 관련된 행동으로 규칙을 여러 번 위반한 경우에는 그 중 더 높은 단계의 페널티가 적용된다(1.3c(4)).
욘 람이 16번 홀에서 클럽을 공 뒤에 내려놓고 있는 모습. 이때 공이 살짝 움직였다. 람은 “공이 움직이는 걸 보지 못했다”고 했지만 비디오 증거가 채택돼 2벌타가 부과됐다./미국 골프닷컴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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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벌타와 관련해 논란도 일었다. 골프 규칙은 "‘움직이다’를 정지했던 공이 원래의 지점을 벗어나 다른 지점에 정지했고, 그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정지한 공이 기우뚱거리기만 하다가 도로 원래의 지점에 정지한 경우, 그 공은 움직인 공이 아니다"로 정의한다.
골프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닉 팔도(잉글랜드)는 "슬로 비디오를 보면 공이 원래의 지점으로 되돌아가지 않았다. 딱 딤플 한 개 차이다"고 했다. 역시 골프 해설가인 이안 베이커 핀치(호주)는 "룰 적용에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건 비디오 증거를 사용할 때 ‘육안’ 기준 적용과 관련한 것이다.
골프 규칙(20.2c)은 "비디오 화면에 나타난 사실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경우, 그 사실이 규칙 위반을 나타내더라도 그 비디오 증거는 무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이 움직이는 걸 육안으로 인지하지 못할 정도인데 왜 비디오 증거를 채택하느냐는 뜻이다.
람은 결과적으로 2벌타를 받았지만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로 2위 파머(6언더파)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고, 세계 랭킹 1위에도 등극하게 됐다.
람은 "공이 움직이는 걸 봤더라면 아마 규칙 위원에게 뭔가 말하거나 질문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이패드 화면을 확대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골프 규칙은 명확하고 공은 움직였다. 내 생애 가장 멋진 샷이 될 수도 있었는데 달콤하면서 씁쓸하다. 어쨌거나 그 샷이 우승을 안겨줬다. 역시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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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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