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1라운드. 스포트라이트가 두명의 골퍼에게 비춰졌다. 지난 2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이후 5개월만에 공식 투어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타이거 우즈(43), 그리고 PGA투어에 초장타 시대를 열며 게임체인저로 나선 ‘필드의 괴짜 물리학자’ 브라이슨 디섐보(27)였다.
우즈는 디섐보와 이번 대회를 앞두고 9홀 연습라운드를 도는 등 이 괴짜 후배를 총애한다. 우즈는 어디 가서 자신에 대한 뒷담화를 하지 않는다면 재능 있고 끼 많은 후배들과 잘 어울린다. 로리 매킬로이, 리키 파울러, 저스틴 토머스 등이 삼촌 같은 우즈와 장난치고 친구처럼 지내며 골프황제 비결(秘訣)을 배우는 선수들이다.
우즈야말로 1996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PGA투어에 피지컬 트레이닝 열풍을 몰고온 원조 벌크업 몸짱이었다. 우즈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디섐보의 멀리 똑바로 치는 능력에 감명받았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400야드 드라이버 샷으로 파4홀을 파3홀처럼 플레이하겠다는 게 ‘필드의 괴짜 물리학자’ 브라이슨 디섐보의 야망이다. 호기심을 갖고 디섐보를 지켜보는 이들도 많지만 골프계 일각에선 디섐보의 뻥골프가 ‘골프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고단백 음식 섭취와 체계적인 운동을 병행하며 1년도 안돼 몸집을 20㎏ 이상 불린 디섐보가 정말 400야드짜리 드라이버 샷을 펑펑 날리며 예언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디섐보는 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1라운드 1번홀(파4·473야드)에서 423야드, 17번홀(파4·473야드)에서 407야드를 때렸다. 약간 내리막 경사이긴 했지만 이날 400야드 이상 드라이버 샷을 날린 유일한 선수였다.
디섐보의 마무리 능력은 아직 파4홀을 파3홀로 요리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1번홀에선 45야드를 남기고 웨지로 친 두번째 샷을 홀 2m에 붙여 가볍게 버디를 잡아냈지만, 17번홀에선 66야드를 남기고 친 두번째 샷이 홀 7 지점에 떨어져 버디에 실패했다. 디섐보가 등장하기 이전 최장타자였던 카메론 챔프는 17번홀에서 374야드를 날렸지만 33야드가 짧았다.
디섐보는 버디 2개, 보기 3개로 공동 42위(1오버파 73타)에 머물렀다. 이날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2주전 로켓 모기지 클래식을 비롯해 PGA투어에서 6승을 거둔 디섐보가 꾸준히 400야드를 쳐 파4홀 원온을 하거나 그린 주변에서 경기하는 날이 온다면 점점 더 경기양상은 달라질 것이다.
우즈는 티샷은 정확하지 않았지만 관록으로 스코어를 지켰다. 디섐보에게 골프는 장타순(順)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 했다.
1번홀(파4)에서 2.7m 버디를 잡은 우즈는 3번홀(파4)에선 이글이 될뻔한 날카로운 샷으로 30cm 탭인 버디를 성공했다.
6번홀(파4)과 8번홀(파3)에서는 스리퍼트 보기. 우즈는 15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10cm 거리에 붙여 버디를 잡았지만 16번홀(파3)에서 티 샷을 그린 왼쪽 벙커에 빠트리고 보기를 적어내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4.3m 버디를 잡으며 언더파 스코어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우즈의 이날 통계는 페어웨이 안착률 57.14%, 그린 적중률 72.22%였다. 티샷은 들쭉날쭉했지만 지금도 녹슬지 않은 아이언 샷으로 스코어를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다.
퍼팅으로 얻은 이득 타수는 0.338타여서 이날 경기한 선수들의 평균 수준이었다. 우즈는 버디 4개, 보기 3개로 공동 18위(1언더파 71타)였다. 단독 선두 토니 피나우(6언더파 66타)에는 5타 뒤졌다.
우즈는 "오랜만에 복귀해 기분이 좋았다. 경기 감각이 좀 녹슬어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드라이버와 아이언의 느낌은 괜찮았지만 퍼팅을 충분히 세게 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즈는 무관중 경기를 놓고 "팬이 없으니 에너지가 예전 같지 않았지만 똑같은 열정과 긴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조선닷컴 전문기자 사이트 '민학수의 올댓골프( allthatgolf.chosun.com )'에서 국내외 뉴스와 다양한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도 즐길 수 있습니다.
[민학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