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가 눈앞으로 다가온 고교 축구선수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대한축구협회는 2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임원회의를 통해 7월 열릴 예정인 7개 전국 단위 고교축구대회를 9월로 연기하고, 8월 나머지 대회는 철저한 방역대책 아래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내부적으로는 상황 변화에 따른 취소에 대비한 로드맵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여자축구연맹은 협회의 지침에 따라 23일 창녕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여왕기대회의 전면 취소를 발표했다.
협회가 갑자기 고교축구대회 개최에 제동을 거는 것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회마다 최소 24개팀이 참가하므로 대규모 인원이 개최지에 몰려 감염 위험이 높다고 판단했다. 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회를 유치한 일부 지자체도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고교 축구팀들이 대회 참가를 위해 방문하는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회 개최가 불발되면 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선수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대학 입시 요강의 핵심인 ‘전국대회 8강 혹은 4강 이상의 성적’을 충족시킬 무대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겨울에 치러야 했던 대회가 중단돼 기회를 잃은 선수들은 여름 대회까지 참가할 수 없다면, 일반 수험생으로 따지면 ‘수학능력시험’도 치르지 못한 채 대학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 때문에 학교와 학부모, 선수들이 패닉에 빠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회를 열어달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야구와 배구 등 다른 종목들은 정상적으로 대회가 진행되고 있거나 열릴 예정이라는 점도 불만을 높이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교 감독은 “실내 종목인 배구가 25일 대회를 개최하는데 왜 축구만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대회 개막을 1주일 앞둔 시점에서 처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결정을 내린 부분도 답답하다. 우리 선수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전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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