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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연재] 조선일보 '민학수의 All That Golf'

[민학수의 All That Golf]유소연 “사람은 욕심많은 동물… 다음 목표는 브리티시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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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오픈 우승으로 5개국 내셔널 타이틀 정상… "우승 상금은 전액 기부"

조선일보

유소연이 한국여자오픈 우승 후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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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욕심 많은 동물인 것 같아요. 한국여자오픈을 우승하고 나니 이제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셔널 타이틀’ 사냥꾼 유소연(30)이 제34회 한국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뒤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유소연은 21일 인천 청라 베어즈베스트 골프클럽(파72)에서 끝난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쳐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김효주(25)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유소연이 내셔널 타이틀을 차지한 건 이번이 벌써 5번째다. 유소연은 2009년 중국 여자오픈을 시작으로 2011년 US여자오픈, 2014년 캐나다 여자오픈, 2018년 일본 여자오픈을 차례로 접수했다.

우승상금 2억5000만원을 받은 유소연은 상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밤에 굉장히 많이 떨려서 기도를 하면서 우승하면 상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기부를 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유소연은 지난 2월 호주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다 빅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후에도 상금(9만49달러)의 절반(약 5300만원)을 호주 산불 구호 기금으로 내놓았었다.

유소연은 2008년 데뷔 첫해 이 대회에서 신지애(32)와의 연장전 끝에 패한 아쉬움도 말끔히 날렸다. "한국 투어를 뛰면서 가장 아쉬웠던 대회가 한국여자오픈이었어요. 그때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오는데 연장전을 한 기억도 있어요. 이제는 우승을 해서 과거를 좋게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LPGA 투어에서 메이저 2승을 포함해 통산 6승을 거두고, KLPGA 투어에서도 통산 10승째를 채운 유소연이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긴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홀 그린 옆에서 친 벙커샷이 까다로웠지만 사실 마지막 60cm 파퍼트를 앞두고 손이 많이 떨렸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을 합쳐 2018년 6월 마이어 클래식 이후 처음으로 우승한 유소연은 "지난해 샷 컨트롤이 되지 않고, 거리도 많이 줄어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면서 "올해 골프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지난 2월 호주에서 열린 2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우승한 것 같다"고 했다.

다음은 유소연과 일문일답

Q. 우승 축하한다. 소감은.
"너무 오랜 만에 대회에 나왔다.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우선 할 일만 잘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집중력 잃지 않고 우승해서 좋다. 굉장히 많이 떨려서 기도를 많이 했다. 기도하면서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상금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이번 우승으로 기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

Q. 승부처는 어디였나?
"마지막 홀에서 벙커 샷이 어려웠는데 그 샷 덕분에 연장전에 가지 않고 우승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Q. 기부 결정은 어떻게 하게 됐나?
"시상식 전에 어머니께 전화 드렸다. ‘우승하면 기부하고 싶다면서 우승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으니 놀라지 말라고 했다. 어머니도 흔쾌히 기뻐해 주셨다. 어제 밤에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이 떨려서 무언가 목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목표를 갖고 하면 좋은 결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코로나와 관련된 곳에 기부하게 될 것 같다."

Q. 한국여자오픈에서 드디어 우승했다. 어떤 의미가 있나?
"한국 투어를 뛰면서 가장 아쉬웠던 대회가 2008년 한국여자오픈이었다. 그때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오는데 연장전을 한 기억이 있다. 이제는 우승해서 과거를 좋게 추억할 수 있어 오늘 우승의 의미가 큰 것 같다. 사람은 욕심이 많은 동물인 것 같다. 우승하고 나니 이제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Q. 주위에서 어떤 조언을 해줬나.
"지난 2월 LPGA 투어 빅오픈에서 연장전에 끝에 준우승했다. 그때 우승했어야 시즌이 좋게 흘러갈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오늘 우승해서 불편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 (박)인비 언니를 비롯해 여러 언니들이 "우승 해본 경험이 있는데 왜 떨고 있냐"는 얘기를 해줬다. 즐기라는 얘기도 해줬다. 언니들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

Q. 김효주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집에서 TV 중계로 효주 경기를 많이 봤다. 원래 퍼트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해보니 정말 퍼트가 좋았다. 효주가 실수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큰 대회에서 상대의 실수를 바라긴 하는데 오늘 효주는 실수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실수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Q. 18번 홀 벙커 샷 상황은 어땠나.
"핀까지 180야드가 남은 상황에서 5번 우드로 쳤는데 실수가 나왔다. 벙커 샷 때는 내가 가진 능력을 믿고 치자는 마음과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반반씩 있었다. 마지막 60cm 파 퍼트는 쉬웠지만 손이 많이 떨렸다. 사실 벙커 샷보다 파 퍼트가 더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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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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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8년 6월 LPGA 투어 마이어 클래식 이후 첫 우승이다. 마음고생은 없었나?
"2018년이 굉장히 좋은 해였다. LPGA 마이어 클래식과 일본여자오픈,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2019년은 굉장히 힘든 해였다. 샷 컨트롤이 되지 않았다. 거리도 많이 줄었다. 거리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스윙 템포도 무너졌다. 굉장히 어려운 해였는데 주변에서 좋은 조언을 해주셨다. 2020년을 준비하면서 골프에 대한 집착을 많이 버리고 흘러가는 대로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체력 훈련을 하고, 골프에 관련되지 않은 취미 생활을 했다. 올해 2월 호주에서 열린 두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오늘 우승한 것 같다."

Q. KLPGA 투어 통산 10승을 기록했다. 향후 국내 대회 일정은.
"메인 투어가 LPGA 투어이기 때문에 그곳이 먼저가 될 것 같다. 하지만 난 한국 선수이고 한국에서 좋은 경험을 쌓아 LPGA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고 생각한다. LPGA의 계획이 많이 흐트러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 KLPGA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

Q. 골프 이외에 다른 인생 계획이 있나?
"예전에는 골프 선수를 하지 않으면 무엇을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요즘에는 골프 산업에 대해서 배우다 보니 골프 선수로서 한국의 골프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코스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이 생겼다. 미국에서 한국을 더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아일랜드에 사람들이 골프 투어를 많이 가는데 우리나라에도 좋은 골프장이 많다. 한국을 많이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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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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