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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벌크업으로 정신력도 키운 김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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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속설에 “근육이 터치감 방해”

최근 남녀 선수 모두 벌크업 대세

켑카 같은 상체 갖고 싶은 김효주

힘든 시기 버티고 돌아온 데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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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의 벌크업이 눈에 띈다. 그는 ’80㎏ 바벨로 스쿼트를 했다. 어깨와 등 근육, 허벅지가 과거보다 단단해졌다. 근육량은 4㎏, 샷 거리는 15m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사진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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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2003년 남자 대회 도전을 앞두고 몸을 만들었다. 도핑설이 돌 정도로 어깨가 넓어지는 등 몸이 변했다. 소렌스탐은 벌크업(근육이 늘어 몸이 커지는 현상)한 몸으로 남자 대회에 나갔다.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이후 LPGA 투어에서 압도적으로 활약했다. 33세였던 2003년부터 3년간 24승을 했다.

잉글랜드의 리 웨스트우드는 2011년 운동과 식단 조절로 몸을 만든 후 남자 골프 세계 1위에 올랐다. 흥미로운 건 허리 사이즈를 6인치 줄였는데 몸무게는 그대로였다는 거다. 그는 “근육이 지방보다 무겁기 때문에 허리가 줄어도 몸무게는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이정은(이정은6)도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성공한 선수다. 주니어 때부터 스쿼트 등으로 땀을 쏟았고, 비시즌이면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 훈련캠프를 차리고 바벨을 들었다. 이정은은 그 노고를 여자 골프 최고 권위 대회인 US오픈 우승으로 보상받았다.

7일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효주도 체형이 좀 변했다. 어깨가 튼튼해지고 허벅지도 굵어졌다. 김효주는 “전체적으로 상·하체 벌크업으로 옷 사이즈가 커졌다. 남자 전 세계 1위 브룩스 켑카 같은 상체를 갖고 싶다”고 농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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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의 벌크업이 눈에 띈다. 그는 ’80㎏ 바벨로 스쿼트를 했다. 어깨와 등 근육, 허벅지가 과거보다 단단해졌다. 근육량은 4㎏, 샷 거리는 15m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사진 김효주]


과거 골프선수가 근육을 만들면 가장 중요한 터치 감각을 잊게 돼, 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바벨 근처에는 가지도 못하게 했다. 미국 투어에선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아) 헤드 스피드가 느린 선수는 다치지 않고, (공이 너무 멀리 가) 숲에 들어가지 않기에 더 유리하다는 말도 있었다. 21세기 들어 타이거 우즈, 데이비드 듀발(이상 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무거운 바벨을 드는 파워히터가 등장했지만, 근육 운동을 너무 많이 하면 오히려 부상 역효과가 생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최근 트렌드는 명확하다. 켑카,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 매킬로이, 우즈까지, 근육을 키워 거리도 내고 부상도 막는다는 게 주된 흐름이다. 김효주도 “정확한 자세의 고중량 웨이트 트레이닝이 부상 예방에 큰 도움이 됐고, 만성적인 통증도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국내 여자 투어는 수준이 매우 높지만, 벌크업이 대세는 아니다. 한 해설위원은 “예쁘게 가꿔서 주목도 받고 좋은 후원 계약을 하는 게 낫다는 선수도 있다”고 전했다. 예쁜 게 나쁜 건 아니다. 눈길 끄는 외모의 선수는 투어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개인의 취향과 성공의 방향도 다 다르다.

그래도 운동선수로서 가장 아름다운 건 퍼포먼스다. 상위권 여성 선수는 몸이 단단해지는 추세다. 세계 1위 고진영은 2~3년 전보다 몸이 커졌다. 그는 “주 4회, 하루 2시간 정도 운동하는데 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인지는 매일 1시간 반씩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한다. 임희정도 비시즌 일주일에 3~4번 2시간 정도씩 체육관에서 보낸다. 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낙오할 가능성이 크다. 남자 골프에서 이미 일어나는 현상이다.

10대에 스포트라이트 받던 천재 선수가 슬럼프에 빠졌다가 다시 돌아오기는 쉽지 않다. 한참 뒤에 있던 경쟁자가 자신을 추월하는 상황을 견디기 쉽지 않다. 김효주의 정신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가 키운 근육이 큰 도움이 됐을 거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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