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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한국오픈은 중단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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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958년 창설된 한국오픈 골프대회의 역사를 담은 코오롱 한국오픈 기념관. [우정힐스 컨트리클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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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챔피언십으로 여자 골프가 다시 시작됐다. 남자 골프는 언제 대회를 열지 기약도 없다. 그 와중에 한국에서 가장 오래됐고, 권위 있는 대회인 한국오픈이 취소됐다는 소식도 나왔다. “코로나 재확산 우려 때문”이라는 설명인데 수긍이 안 간다. 대회를 열지 않기 위한 변명으로 들린다.

골프는 신체 접촉이 거의 없는 스포츠다. 무관중으로 대회를 연다면 감염 가능성은 희박하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다른 스포츠들이 경기를 시작했는데 골프에서 감염 얘기를 할 건 아니다.

골프장 감염이 그렇게 걱정된다면 스폰서인 코오롱이 운영하는 우정힐스와 라비에벨 골프장부터 문을 닫아야 한다. 아마추어 라운드는 한 카트에 5명이 동시에 타며 식당과 목욕탕 등에서도 접촉이 생길 수 있다. 아마추어 골퍼는 면역력이 있고, 프로 선수들은 취약하다고 보는 건가.

대한골프협회는 한국여자오픈은 놔두고, (남자) 한국오픈은 취소했다. 그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여자 골퍼는 바이러스에 강하고 남자 골퍼는 약한가. 한국오픈 측은 아시안 투어와 겸하는 대회라서 외국인 유입이 우려된다고 했다.

꼭 아시안 투어와 함께하려면 2주 전에 들어와 격리를 마칠 수 있는 선수들만 참가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면 된다. 아니면 한국 선수들만 출전해도 전혀 문제없다. 예선전을 안 치러도 상관 없다.

한국오픈 주최 측은 메이저대회인 디 오픈 챔피언십도 취소됐다는 명분을 댄다. 그러나 두 대회 상황은 다르다. 디 오픈이 열리는 영국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은 한국보다 훨씬 심각하다. 왕세자와 총리까지 감염됐고, 골프장 폐쇄령을 내릴 정도였다.

또한 디 오픈은 가을로 연기하기가 어렵다. 위도가 높은 지역이어서 일조시간이 확 줄기 때문이다. 한국오픈은 그렇지 않다. 원래 가을에 열리던 대회였다.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대회인 한국오픈을 디 오픈의 예선전 정도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코오롱은 한국오픈을 오랫동안 지원했다. 공로는 크다. 그렇다 하더라도 골프 강국 한국에서 열리는 내셔널 타이틀이 코오롱의 소유는 아니다. 코오롱이 여의치 않다면 대한골프협회가 올해만 반납받아 다른 스폰서를 찾아야 한다. 상금이 작더라도 1958년부터 62년간 이어져 온 내셔널 타이틀은 중단해서는 안된다. 한국오픈은 한국골프의 명예다.

프로골프협회도 문제다. 대회를 하나도 열지 못해 취소 명분을 계속 만들어주고 있다. KPGA가 대회를 유치하지 못한다면 회장 사재라도 내서 조그만 대회라도 열어야 한다. 남자 골프가 살아 있고, 대회가 안전하다는 것을 알릴 마중물로 써야 한다. 7개월째 쉬고 있는 선수들 숨통도 터줘야 한다.

협회엔 인사잡음이 나온다. 또한 신임 집행부가 어렵게 모신 최경주는 프로골프협회 부회장직에서 사퇴했다. 부회장을 맡으면서 조건으로 내걸었던 협회와 투어의 분리, 선수선발(Q스쿨) 간소화 등 개혁 작업이 진행되지 않아서라고 한다. 투어 발전을 위해서는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니 회원들을 잘 설득했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어려운 시기다. 그러나 이런 위기에도 잘 대처하려고 기업인 회장을 모신 거다.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선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벌써부터 리더십에 의문이 든다.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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