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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특허 논란 오케이존, 사용 가능 오케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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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 반경 1m 컨시드 주는 흰색 원

특허 낸 뒤 무단사용에 시정요구

득 안되는 분쟁보다 타협 어떨지

중앙일보

오케이존


골프장 그린에 홀을 중심으로 반지름 1m 정도의 흰색 원이 그려진 곳이 더러 있다. 공이 그 안에 들어가면 다음 퍼트가 들어갈 것으로 간주해 컨시드를 주는 이른바 ‘오케이존’(사진)이다.

컨시드 주는 거리는 엿장수 맘대로다. 기분 좋으면 멀어도 준다. 기분 나쁘면 짧아도 안 준다. 컨시드 길이를 늘였다 줄였다 하며 상대 심리를 흔드는 건, 매치플레이 작전 중 하나로 쓰이기도 한다. 아마추어 골퍼는 컨시드 거리를 계량화하려고 시도한다. 주로 그립을 뺀 퍼터 길이를 척도로 쓴다. 퍼터 길이 안에 들어오면 ‘오케이’고, 이보다 길면 다시 쳐야 한다. 그러나 퍼터 길이도, 재는 방법도 제각각이어서 정확하지 않고 불만도 나온다.

그린에 동그라미를 그린 오케이존은 명쾌하다. 놀랍게 특허가 있다. 박순석(76) 신안그룹 회장이 발명자이며, 리베라 골프장 등을 운영하는 계열사 (주)관악이 특허권(2006년)을 가지고 있다. 박 회장이 오케이존을 만든 건 이해가 간다. 박 회장은 5인, 심지어 7인 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사람이 관여하면 의견이 갈리기 쉽다. 큰돈이 걸리면 컨시드 거리를 놓고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컨시드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오케이존은 경기 진행이 빨라지게 한다. 골프장 주인은 더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다.

아마추어 게임을 공정하게 하는 효용이 있더라도, 오케이존은 골프의 정도가 아니다. 편법인 오케이존을 명문 골프장은 쓰지 않는다. 끝까지 홀 아웃하려는 골퍼에게 공을 집어 들라는 건 무례해 보인다.

최근 (주)관악은 여러 골프장에 특허권 침해를 시정하라고 요구를 했다. “동의 없이 사용되는 일체의 특허권 침해행위를 즉시 중지하고 성의 있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보냈다. 이 회사 지찬수 총지배인은 “대부분 특허가 있는지 몰랐다며 사과했는데, 아예 무시하는 곳도 있다. 야박하게 굴고 싶지 않지만, 감정 상하게 하면 법적 조처를 할 수도 있다. 특허권 침해와 관련해 한국 골프장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특허가 수긍이 잘 안 된다. 함께 받은 ‘잘 안 보일 때 안개등을 켜는 경기 방법’ 특허도 이해하기 어렵다. (주)관악 측은 “특허 당국의 자료 검토를 통해 판단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당국 판단이라니 인정할 수밖에.

만약 오케이존이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어떨까. 변리사 의견은 갈렸으나 주류는 “오케이존 그리는 도구 장치는 특허 대상이 되지만, 오케이존 자체는 권리를 보호받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레저신문 이종현 국장은 “특허 전부터 동남아시아에는 그린에 동그라미 그려 놓은 곳이 많았다”고 전했다. 굳이 이걸 문제 삼아 득 될 것도 별로 없다. 오케이존 특허 분쟁 첫 보도 후 페이스북에 올라온 기사 댓글에 ‘박순석존’ 정도로 명명하는 선에서 타협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많았다. 누구나 쓸 수 있게, 오케이존에 오케이 주시는 게 어떨지.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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