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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MLB 메이저리그

"그깟 금속쪼가리 갖고 웬 난리?" 한마디에… MLB가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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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 휴스턴 사인 훔치기 징계 관련 "우승 박탈 주장은 헛된 일"

다저스 등 빅리거들 일제히 분노

"트로피 위해 얼마나 눈물 쏟는데 나쁜 전례로 우리의 성배를 모독"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면 무게 13㎏짜리 철제 트로피를 품에 안는다. 이름은 '커미셔너(commissioner·메이저리그 위원장) 트로피'. 북미 4대 스포츠 중 유일하게 실존 인물이 아닌 직책이 우승컵 이름이다. 메이저리그의 분쟁과 갈등을 중재하는 최고 수장에 대한 존경을 담았다. 선수들은 올가을에 커미셔너 트로피를 품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금부터 뙤약볕에서 뛰고 구른다.

정작 롭 맨프레드(62) MLB 커미셔너는 우승 트로피를 한낱 쇳조각으로 여겼다. 그는 17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스포츠 매체 ESPN 인터뷰에서 상대의 사인을 훔쳐 2017년 월드시리즈를 우승한 휴스턴 애스트로스 징계가 너무 약하다는 비판에 대해 "금속 쪼가리(a piece of metal)를 박탈하라는 주장은 헛된 일"이라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고있다.

◇MLB 커미셔너가 내뱉은 '금속 쪼가리'

조선일보

저스틴 터너(36·LA다저스)가 바로 반격했다. 그는 3년 전 다저스 홈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애스트로스가 우승 파티를 벌이는 모습을 지켜봤다. 터너는 18일 취재진과 만나 "모두가 스프링캠프부터 애쓰는 이유는 그 트로피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며 "트로피 이름에 '커미셔너'가 들어가는 게 수치스럽다. 그는 무언가를 쟁취하려고 일생을 다 바친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터너는 맨프레드가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애스트로스 선수단은 처벌하지 않고 구단 벌금 500만달러(약 60억원) 등 솜방망이 징계에 그친 것도 "커미셔너가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내셔널스 구원 투수 숀 둘리틀(34)도 화났다. 내셔널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애스트로스 홈 구장에서만 4승 하는 저력으로 창단 후 처음 우승했다. 둘리틀은 "야구의 관리인이자 중재자가 우리의 성배(聖杯)를 모독했다"고 일갈했다.

메이저리그 최고 강타자 마이크 트라우트(29·LA에인절스)는 "애스트로스 선수들이 불법을 주도했는데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들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선수까지 있다"며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에반 롱고리아(3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한 해 175경기 넘게 뛰고 피, 땀, 눈물로 얼룩진 희생이 있어야 그 '금속 쪼가리'를 얻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P통신은 "커미셔너의 이번 실언은 야구계 고위직과 현장 선수들이 얼마나 단절돼 있는지 드러내는 사례"라고 평했다.

◇단단히 화난 MLB 선수들

조선일보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화난 팬들이 단체로 입기로 한 티셔츠. 애스트로스 로고 배경에 ‘치터스(사기꾼들)’라고 쓰여 있다. /인스타그램


애스트로스 선수단의 뻔뻔함도 기름을 붓는다. 3년 전 월드시리즈에서 타율 0.143에 삼진 17개 수모를 당했던 코디 벨린저(25·LA다저스)가 "애스트로스는 우승을 훔쳤고, 호세 알투베는 MVP를 강탈했다"고 비난하자 카를로스 코레아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 입 닥쳐라. 그때 다저스가 우승 못 한 건 벨린저가 못해서"라고 적반하장으로 받아쳤다. 쓰레기통을 두드려 사인을 내통한 주범으로 지목받는 호세 알투베는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다르빗슈 유(34·시카고 컵스)도 설전에 가세했다. 다저스 선발로 2017 월드시리즈를 뛰었던 그는 3차전(4실점)과 7차전(5실점) 모두 조기 강판됐다. 당시엔 투구 버릇이 간파당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애스트로스의 사인 훔치기가 드러난 뒤엔 대표적 희생양으로 거론된다. 그는 "올림픽은 부정행위를 저지른 선수의 메달을 뺏는데, 애스트로스가 트로피를 가지는 건 부당하다"며 "선수들이 진심으로 사과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변호사 출신으로 2005년 MLB 수장이 됐고, 2024년까지 메이저리그를 이끈다. 그는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 "선수들이 경기 도중 클럽하우스 등에서 비디오 영상을 못 보게 하겠다"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2020시즌 애스트로스에 빈볼 던지는 선수는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MLB 사무국의 맹탕 행보에 뿔난 팬들은 직접 두 팔을 걷어붙였다. 오는 4월 4일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애스트로스와 LA에인절스 경기엔 '단체 야유'가 예고돼 있다. 다저스 팬이 주축인 야유 원정대는 '치터스(chea ters·사기꾼들)'가 큼지막하게 적힌 티셔츠를 맞춰 입고 간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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