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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부처님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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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준결승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박정환 九단 / 黑 펑리야오 六단

조선일보

〈제13보〉(142~152)=결론부터 말하면 좌변 흑 대마는 탈출구를 찾아 몸부림치다가 장렬히 전사했다. 아마추어 바둑에선 고래 등 같은 대마들이 수도 없이 잡고 잡히지만 프로 고수들 대국에서, 단곤마가 일직선 공격으로 궤멸하는 예는 흔치 않다. 그만큼 흑 대마는 위태로운 상태였다는 방증이다. 박정환이 대마의 안형(眼形)을 정확히 찔러 KO승 하는 마지막 장면이 펼쳐진다.

142로 젖히고 143을 기다려 144로 이은 것이 좋은 수순. 145로 구원의 손길이 뻗치는 듯했지만 146, 148로 출구를 봉쇄하니 여전히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한다. '가'로 단수쳐도 백의 포위망을 뚫을 수도, 눈 모양이 생겨나지도 않는다. 마치 종합 격투기 경기에서 강력한 암바(arm bar)에 걸려 꼼짝도 할 수 없는 자세를 보는 것 같다.

151로 부딪쳐봤지만 152로 늘었고, 여기서 흑이 돌을 거두었다. 마지막 남는 의문. 흑이 151로 '나'를 선수로 둔 뒤 152에 차단하면 백 3점을 잡을 수 있다. 왜 그렇게 두지 않았을까. 참고도가 의문을 풀어준다. 중앙 백 3점을 잡아도 8의 파호를 당하면 살지 못하는 것. 한편 허망하고, 또 한편으론 통쾌한 마무리였다.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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