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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신진서의 怪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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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2회전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미위팅 九단 / 黑 신진서 九단

조선일보

〈제5보〉(60~71)=바둑은 요행 게임이 아니다. 정연한 이론을 바탕으로 인과(因果)와 선악(善惡) 평가가 분명하다. 그런데 때론 이론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백이 △로 좌하귀를 안정한 장면에서 놓인 흑 ▲가 논란의 일착. 하중앙에 흑의 약한 말을 둔 채 또 하나의 곤마를 자청했기 때문이다. 좌변은 백의 발언권이 더 큰 지역이란 점에서도 ▲는 무모한 침입으로 보였다.

하지만 바둑은 ▲를 기점으로 흑의 의도대로 굴러가기 시작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양쪽 곤마를 수습하느라 흑이 정신없이 뛰어다닌 것 같은데, 67 시점에 막상 표정이 더 밝아진 쪽은 신진서였다. 검토실 프로들은 당혹감 속에 60의 대안으로 참고도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그림도 백의 포위망이 보기보다 허술해 흑 대마는 쉽게 잡힐 모습이 아니다.

백으로선 선수를 가져왔다는 게 한 가닥 위안거리. 바로 이 점 때문에 형세는 아직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68, 70은 좌하 백 대마의 안정을 겸해 하변을 자기 영토에 편입하겠다는 의사 표시. 하지만 흑은 즉각 71로 한 칸 뛰어 좌우의 백을 갈라치며 싸우자고 외친다. ▲로 한 번 재미를 본 신진서 특유의 괴력이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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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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