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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눈물' 시라카와가 떠나며 준 마지막 선물이 있다… 살아남은 자의 무거운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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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창원, 김태우 기자] 스스로는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정도라고만 했다. 그러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눈가에 고이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눈물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그 눈물을 바라보는 사람도 모두 따뜻한 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내리는 빗물은 그래서 어쩌면 더 감상적이었다.

SSG 선수단은 2일 창원NC파크에서 제법 특별한 송별회를 열었다.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지난 6주간 동고동락을 같이 한 시라카와 케이쇼(23)를 보내는 자리였다. 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한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대체 선수로 입단한 시라카와는 1군 총 5경기에 던지며 기량을 과시했다. 다만 정식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구단은 엘리아스를 데려가는 쪽을 선택했다.

고심이 깊었던 일주일이었다. 원래 지난 주 결정을 하려다 내부 의견이 너무 팽팽하게 갈려 1일까지 결정이 미뤄졌다. 프런트·코칭스태프 투표는 물론 선수들의 의견까지 물어봤는데도 정말 지지도가 반반으로 갈렸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백중세였다. 하지만 계약 만료(7월 4일)를 앞두고 어느 쪽이든 선택을 해야 했다. 그리고 SSG는 엘리아스와 외국인 교체 카드 한 장이라는, 어쩌면 조금 더 안전한 방안을 택했다.

결정이 내려지자 SSG는 2일 최종 보고를 거쳐 시라카와에게도 이 사실을 통보했다. 당초 시라카와와 정식 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2일 창원 NC전에서 불펜으로 고별 등판을 할 계획도 있었으나 여러 여건상 그러지 않기로 했다. 대신 선수단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시라카와의 유니폼에 선수단 전원이 사인을 해 액자를 만들었다. 여기에 시라카와가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던 6월 1일 고척 키움전의 라인업 카드, 그리고 동료들의 정이 담긴 롤링페이퍼까지 준비했다.

시라카와는 송별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선물이 있다는 것 또한 언론 보도를 통해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당초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보였던 경기가 예보와 달리 계속 내린 비로 전격 취소됐다. 경기 후 송별회를 할 것이라 생각했던 시라카와는 갑작스러운 즉석 송별회를 치러야 했다. 그리고 모두의 정과 응원이 담긴 선물과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눈물을 글썽였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시라카와와 SSG 동료들은 이미 한몸이 되어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 경험이 없는 선수였다. 매년 드래프트에 원서를 내는 지망생이었다. 그러다 한국에 왔다. 처음 경험하는 프로 무대였다. 이렇게 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성원을 등에 업고 야구를 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미 자세는 프로 선수였다. 성실하게 자기 관리를 했고, 겸손하게 야구를 했으며, 팀의 방침에 성실하게 따랐다. 오히려 어린 선수들의 본보기였다. 프런트와 선수단이 시라카와에 마음을 활짝 연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이날 송별회 행사에 직접 참가해 액자를 선물로 준 이숭용 SSG 감독도 아쉬워했다. 이 감독은 2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아까 만나서 상황 설명을 제대로 해줬다. 이제 감독과 선수가 아닌, 국적은 달라도 야구인으로 봤을 때 준비하는 모습이나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의 모습, 야구를 대하는 자세 등을 봤을 때 네 자신을 믿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봤을 때 넌 충분히 NPB에 간다. 그런 자질이 있고 충분히 그런 능력이 있다. 네 자신을 조금 더 믿으면 퍼포먼스를 충분히 낼 수 있다. 국내 KBO리그 구단을 가든 다른 팀을 가든 일본으로 가도 언젠가는 또 만날 것 같다. 그때 웃으면서 다시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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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숭용 SSG 감독은 2일 송별회가 끝난 뒤 "시라카와와는 아름다운 이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그동안 너무나 잘해줬고, 선수단과도 정이 들었다. 선수단과 프론트의 배려로 이렇게 좋은 추억을 전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주장 추신수는 "시라카와가 우리 팀에서 첫 승을 거뒀을 때 라인업지와, 선수들이 개개인별로 작별의 메시지를 적은 롤링 페이퍼를 준비했다. 일본에 돌아가서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며 라인업지 선물을 전달했다.

SSG 선수들은 사실 시라카와와 정이 많이 든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시라카와와 마지막 기억을 나누며 롤링페이퍼를 적었다. 모든 선수들이 흔쾌히 이 롤링페이퍼에 임할 정도로 시라카와는 좋은 기억을 남겼다. 일부 선수들은 엘리아스보다 시라카와를 더 선호했기에 더 그랬다.

선물을 받은 시라카와는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당장 일본에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불안했는데, 지금은 일본으로 돌아가기 아쉬울 정도"라면서 "팀에 2승밖에 공헌하지 못한 점이 죄송하다. 부산에서 많은 선배분들이 격려해 주셔서 내가 더 견고해지고, 열심히 할 수 있었다. 한 달 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모두가 잘해주셔서 한국을 떠나는 게 아쉽다. 마지막 인사가 되겠지만 많이 신경 써주시고, 짧게나마 일본말로 인사를 걸어주신 게 정말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정말 모든 분들이 형처럼 잘해주셔서 야구를 재밌게 하고 돌아간다"고 인사를 나눴다.

이처럼 정이 많이 들고 기량도 인정하는 선수지만 결국 후반기 전체를 놓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엘리아스가 조금 더 낫다고 봤다. 이 감독은 포스트시즌까지 고려했다고 했다. 아무래도 경험이 적은 시라카와가 큰 무대의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으로서는 시라카와 스스로 “쫄았다”고 이야기했던 사직구장의 함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엘리아스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도 역투했던 기억이 있다.

한편으로 시라카와는 두산 혹은 다른 팀이 지명해도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이기 때문에 포스트시즌에서는 만날 일이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SSG 내부에서는 “시라카와가 나오면 두산이 고민하겠지만, 엘리아스가 나오면 고민하지 않고 바로 데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부메랑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이 감독은 “여러 가지를 생각했을 때 엘리아스 쪽으로 순리대로 가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다”고 종합했다.

엘리아스든, 시라카와든 선택에는 다 이유와 그만한 근거가 있었다. 이제 SSG는 엘리아스가 부상을 털어내고 후반기 전력 질주를 해주길 바라야 한다. 이 감독도 엘리아스를 후반기 키플레이어로 뽑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내가 봤을 때 엘리아스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내일, 그리고 후반기가 시작하면 엘리아스가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키를 엘리아스로 보고 있다”고 기대를 걸었다.

부상으로 전반기를 망쳤지만 그래도 투구의 퀄리티는 있는 선수다. SSG뿐만 아니라 타 팀도 공히 인정한다. 여기에 한 번 불이 붙으면 7~8이닝을 갈 수도 있는 폭발력이 있다. 지난해 후반기가 그랬다. 불펜이 힘겨운 상황에서 그 모습을 올해도 보여줘야 한다. 아픈 곳은 다 정비를 했고, 체력적으로도 여유가 있으니 후반기 기대감이 모인다.

원래부터 워크에식은 좋은 선수지만 그래서 그런지 더 성실하게 재활에 임했다. 퓨처스리그 재활 등판도 눈빛부터 달랐다. 3일 창원 NC전 선발로 예정된 엘리아스는 2일 경기를 앞두고도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비장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자신이 잘 던지지 못하면, 시라카와의 이름은 계속 팀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다. 산전수전을 다 겪어 프로의 생리를 잘 아는 베테랑 엘리아스가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온 무거운 중책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만약 엘리아스가 더 책임감 있게 후반기를 보낼 수 있다면, 그것도 시라카와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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