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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大馬 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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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1회전 제3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판윈뤄 八단 / 黑 김지석 九단

조선일보

〈제14보〉(164~187)='대마(大馬)는 불사(不死)'라고 했다. 날아가는 새를 떨구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게 대마 사냥이다. 덩치가 클수록 두 눈을 마련할 여지도 많아 생겨난 기훈이다. 하지만 공룡 같은 대마도 곧잘 그물에 걸리면서 '두 눈이 없으면 대마도 잡힌다'는 또 하나의 기훈이 만들어졌다. 서로 상충되는 것 같지만 둘 다 맞는다. 하변에서 중원을 향해 도주 중인 백 대마의 운명은 어찌 될까.

흑이 ▲로 막아선 장면. 백 대마는 현재 중앙에 '후수 한 집'뿐이다. 우중앙 좁은 공간에서 선수로 한 집 장만한 뒤 중앙에 가일수(加一手)해야 목숨을 건진다. 164, 166으로 타개에 나서던 판윈뤄의 손길이 멈춘다. 참고도의 수순이 눈에 들어온 것. 그러자 이번엔 168 쪽으로 밀어본다. 민가(民家)로 내려와 좌충우돌하는 멧돼지가 딱 이런 모습 아닐까.

비대한 백 곤마는 끝내 혈로를 찾아내지 못했다. 172가 일단 형태의 틀이지만 173 안형(眼形)의 급소를 찔리니 명치를 맞은 듯 아찔하다. 결국 187에 이르러 한 집도 장만하지 못한 판윈뤄, 싹싹하게 돌을 거두었다. 백 '가'면 흑 '나'로 파호한다. 거대한 벽이 붕괴하듯 초대형 대마가 풀썩 소리와 함께 함몰했다.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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