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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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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1회전 제3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판윈뤄 八단 / 黑 김지석 九단

조선일보

〈제13보〉(148~163)=흑의 의도는 분명해졌다. 하변 백진을 절단해 총공격을 퍼붓고 '한판승'으로 끝낼 요량이다. 돌이켜 보면 하변 백진은 집으로만 따져도 수십 집에 달하는 철옹성이었다. 웬만한 기사 같으면 추격을 멈추고 계가로 갔을 텐데 김지석은 다르다. 거대한 백 대마를 포획하는 쪽이 미세한 계가 승부보다 더 확실하다고 본 것. 이런 담대한 기풍은 자신의 수읽기에 대한 확신에서 나온다.

일단 148 보강이 불가피하다는 게 백의 비극. 손을 뺄 경우 참고도가 기다린다. 흑 1, 3이 좋은 수순. 백은 4로 메워 수를 조여가야 하는데, 7에 이르면 빅(부분 무승부)을 피할 수 없다. 물론 이 흑이 살아가면 바둑은 즉시 끝나버린다. 결국 중원의 거대한 블랙홀 쪽으로 거대한 백 대마를 몰아넣어 잡는 대형 묘수풀이 국면이 됐다.

149를 선수 후 151로 넘어 물샐틈없는 포위망이 완성됐다. 152로 꿈틀거리자 흑은 눈길도 안 주고 153으로 두텁게 늘어둔다. 두 집을 낼 수 있으면 내 보라는 외침이다. 155~159로 조이자 백은 갈수록 숨이 막힌다. 마침내 163으로 진로를 막아섰다. 백은 전체가 아직 하나의 눈[眼]도 갖추지 못했다. 거대한 대마 사냥은 성공할 수 있을까.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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