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손해 팻감

본선 1회전 제3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판윈뤄 八단 / 黑 김지석 九단

〈제4보〉(41~54)=바둑에서 패(覇)는 몹시 난해한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인공지능(AI) 초기 버전들이 가장 헷갈린 분야도 패싸움이었다. 패의 속성은 거래(去來)이고, 그래서 고도의 계산력을 요구한다. 하수가 패만 발생하면 상수에게 시달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패싸움은 팻감이 많아야 이긴다. 지금처럼 팻감이 귀한 '초반 무패(無覇)' 상황을 맞으면 더 난해해진다.

손해 팻감은 최대한 쓰지 말아야 하지만 패를 꼭 이기기 위해선 이 원칙도 곧잘 허물어진다. 흑이 41로 따내 패싸움이 시작됐다. 42와 43의 교환은 명백한 악수. 그럼에도 '용서'받은 것은 하변 패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45와 48은 똑같이 1선에 빠지는 팻감이지만 48이 훨씬 더 큰 악수다. 51도 악수. 하변 패를 이기기 위해 쌍방 손해고 뭐고 팻감 되는 곳은 총동원하고 있다.

이 거래 과정을 처음부터 되짚어 보자. 검토 결과, 49는 손 따라 둔 완착이었다. 참고도처럼 하변 패를 해소할 찬스였다는 것. 11까지가 예상되는데, 누가 보더라도 흑이 남는 장사다. 54로 팻감을 써왔을 때가 또 까다롭다. 흑의 선택지는 △(패 해소)와 '가' '나' 등이다. 셋 중 정답은? (44 50…△, 47 53…41)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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