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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제23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藥과 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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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번기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스웨 九단 / 黑 양딩신 七단

조선일보

〈총보〉(1~191)=대표적 멘털 승부인 바둑에서 냉정함이 얼마나 큰 결정 요소인지를 이 바둑이 보여주었다. 첫 판 승리로 고양된 스웨의 착점은 과감함이 사라지고 위축으로 흘렀다. 초반 좌상귀 정석 과정에서 망하고도 사태를 깨닫지 못했다. 몇 푼 실리에 눈이 어두워 냉정함을 잃은 탓이다. 우하 중앙 백을 타개할 때도 소극적 행마로 일관하다 막강한 흑세를 모두 집으로 헌납했다. 94로는 참고도 5까지는 진출했어야 희망이 있었다.

반면 양딩신은 상대보다 일곱 살이나 어린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듬직하고 안정된 행마로 완승을 이끌어냈다. 57의 결단, 87의 응수 타진, 상대의 안일함을 추궁한 95, 107의 날렵한 끝내기 등 시종 반짝이고 도전적이었다. 거의 모든 싸움터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쪽은 항상 흑군이었다.

스웨는 1국의 승리가 2국에서 약(藥) 아닌 독(毒)이 된 느낌이다. 반대로 양딩신은 첫 판 패배가 독이 될 수 있는 위기에서 약으로 소화해냈다. 이 같은 흐름이 최종 3국에서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될 것인지 주목된다. 3번기가 심장 뛰는 단판 승부로 좁혀졌다. (130…127, 155…149, 191…96, 219수 끝 흑 불계승, 192수 이후 줄임, 소비시간 백 3시간, 흑 2시간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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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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