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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애리조나톡]이정후 "목표는 우승…부자 한국시리즈 MVP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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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미국 애리조나 피오이라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인 키움 이정후 | 키움 히어로즈 제공



[애리조나=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끝내 불운을 떨쳐내지 못했다. 2년차에도 화려하게 날아올랐으나 부상 악령이 끝까지 따라붙으며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이제 겨우 3년차다. 팀 동료들과 정상을 바라보며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키움 외야수 이정후(21)가 우승과 더불어 역대 최초 부자 한국시리즈 MVP 수상이라는 커다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악재 속에서도 목표를 하나 둘 이뤘다. 지난 시즌에 앞서 응시한 4할 출루율을 달성했고 부상으로 시즌아웃되면서 계획한 스프링캠프 참가에도 성공했다. 이정후는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베이스볼 콤플렉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프링캠프 훈련을 마친 후 “재활하면서 트레이너와 캠프 참가를 목표로 하자고 했다”며 “트레이너들이 잘 도와주셨고 감독님과 코치님도 배려해 주셔서 이렇게 캠프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캠프 초반에는 따로 재활했는데 이제는 모든 훈련을 똑같이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국과 지옥이 한 순간에 교차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10월 20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경기 막바지 리드를 지키는 기막힌 다이빙 캐치에 성공했다. 당시 공이 글러브에 들어갔음을 확인시키기 위해 자신있게 팔을 들었고 심판은 바로 아웃을 선언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극심한 고통이 찾아왔다. 이정후는 “팔을 들자마자 부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전에 잠실에서 다쳤을 때는 트레이너님이 빠진 어깨를 곧바로 넣었다. 하지만 그 때는 어깨가 들어가지 않더라. 시즌아웃을 직감했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부상으로 인한 아픔보다 동료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 동료들이 아주 미세한 차이로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한 안타까움이 더 컸다. 이정후는 “내가 못해서 엔트리서 제외됐다면 아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쳐서 경기에 못나갔다. 너무 아쉬웠다. 열심히 동료들을 응원하면서도 ‘나도 저기 나가서 뛰어야 하는데…’라는 마음이 강했다”면서 “포스트시즌 3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더 안타까웠다. 물론 쉽지 않은 무대였다. 집중력도 높아야하고 피로도도 컸다. 개인적으로는 아시안게임 결승전보다 더 힘들었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모두가 우리 경기를 바라본다고 생각하니 힘이 났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재활을 마친 만큼 부상 방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정후는 “이제는 경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게 많아졌다. 어깨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안 다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까지는 부상에 대한 우려가 없었다. 이제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여러가지 운동을 할 것”이라며 루틴을 통해 부상을 예방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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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외야수 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열리는 스프링캠프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 키움 히어로즈 제공


추구하는 방향도 뚜렷하다. 현재 키움은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 캠프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자연스레 스즈키 이치로를 비롯한 시애틀 선수들과 마주할 수 있다. 이정후는 롤모델인 이치로와 만남에 대해 “아쉽게도 아직 만나지 못했다. 만난다면 타격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질문하고 싶다. 이치로 선수는 타격시 면이 굉장히 좋다. 어떻게 그렇게 면을 넓게 만드는지 물어볼 생각이다. 몸관리도 궁금하다. 루틴도 알고 싶다. 물론 같이 사진도 찍겠다”고 했다. 마치 야구를 막 시작한 소년이 우상과 만남을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이정후는 당장은 장타보다는 이치로처럼 고타율과 많은 안타를 기록하는 타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일단은 방향을 그렇게 유지할 것이다. 안정된 타격으로 더 꾸준히 출루하고 싶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정확도에 집중하고 완벽해졌을 때 장타 쪽으로 변화를 줄 계획이다. 올시즌 목표 또한 4할 출루율 그리고 180안타”라고 설명했다.

최종목표는 동료들과 함께 웃는 것이다. 이정후는 올해는 반드시 정상에 오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팀 전체적으로 ‘올해 진짜 해보자. 우리도 우승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난해까지는 나도 그냥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이제는 우승이 목표다. 선배들을 잘 따라가면서 함께 정상에 오르고 싶다”면서 “한국시리즈 MVP도 되고 싶다. 부자 최초의 한국시리즈 MVP아닌가. 정말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MVP 트로피를 머릿속에 그려넣었다.

이정후의 부친 이종범 LG 코치는 1993년과 1997년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타격 재능만 보면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정후가 대를 이어 한국야구 역사를 새롭게 쓸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제 겨우 만 20세를 지난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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