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적 오류 비판 제기됐지만
“4-2-3-1 전형·빌드업 축구 유지”
전문가들 “장기적으로 효과”
“융통성 있는 전술 필요”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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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지금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겠다.”
지난 25일 카타르와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0-1로 석패한 뒤, 파울루 벤투(50) 한국팀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 때 강조한 말이다.
아시안컵 우승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서 일부 전술적인 오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벤투 감독은 지난 8월 부임 이후 자신이 추구해왔던 축구철학을 굽히지 않고 ‘마이 웨이’를 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것이었다.
이날 ‘공 점유율을 높여 경기는 지배하는데, 점유율만 높았지 확실한 골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공격 과정이 섬세하지 못하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벤투 감독은 “일반적으로 동의하지 못한다. 상대보다 오늘 기회가 많았다”면서 “효과적이지 못한 것에는 동의한다”고 답했다.
지금의 스타일이란 바로, 4-2-3-1 포메이션과 빌드업, 그리고 점유율 축구이다. 우선 1명의 스트라이커를 최전방에 포진시켜놓고, 공격 2선에 3명, 그 아래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더블 볼란치)를 두는 전술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 전술로 벤투 감독은 카타르한테 패하기 전까지는 11경기 무패(7승4무)를 기록했다. 단 한번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0-0) 때 플랜B인 3-4-2-1 전술을 구사한 바 있지만 실패로 끝났다.
빌드업(Buildup)이란 원래 설계도에 따라 건물을 차곡차곡 쌓아올린다는 뜻이다. 축구에서는 골키퍼가 공을 잡은 다음, 수비나 핵심 미드필더한테 공이 가서 효과적인 패스로 상대의 압박을 뚫어내고 전진하며 골을 만들어내는 축구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이번에 바레인과의 16강전에서는 골키퍼 김승규가 공을 잡는 순간, 중앙수비 김영권과 김민재가 좌우로 크게 벌리면서 공을 받은 뒤, 이미 하프 라인을 넘어 상대 사이드라인에 깊숙이 포진해 있는 오른쪽 풀백 이용한테 공이 전달되면서 순간 측면 돌파에 이은 위협적인 크로스로 골 기회가 많이 만들어졌고, 2-1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16강전에서는 카타르가 5백을 쓰면서 자기진영에 내려앉아 촘촘한 수비망을 형성하면서 벤투식 빌드업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주전들만 계속 투입되면서 체력저하가 왔는지 선수들은 기동력 있는 플레이도 보여주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상대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고집하는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준희 해설위원(KBS)은 그에 대해 “원칙적이고 우직한 스타일이다. 전술을 잘 바꾸지 않는다.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축구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즉 플랜A를 완벽하게 추구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벤투는 이번에 “리스크가 있더라도 공격적으로 하겠다”, “선발명단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존중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열망이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벤투 스타일에 대해서는 논란도 있다. 일관성 있게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그렇게 한가지 전술만 고집해서는 상대에 따라 효과적이고 융통성 있는 전술을 구사할 수 없어 고전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부임 이후 5개월밖에 안 됐으니 일단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벤투호는 3월27일 하노이에서 열리는 베트남과의 친선경기 때 다시 소집된다. 그리고는 9월 시작되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이 기다리고 있다.
아부다비/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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