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벽 넘으려면 또 한번의 도전 필요”
일본 감독 “어려운 경기 예상된다”
FIFA 랭킹 100위 대 50위의 격돌
전력 차이나지만 “축구공은 둥글다”
박항서(60)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1980년대 한국에서 국가대표를 할 때 일본과의 정기전에서 후보로 잠시 뛴 적이 있다.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은 1진 ‘화랑’과 2진 ‘충무’ 등 2원화돼 운영되고 있었는데, 박 감독은 충무 소속이었고 하프백이었다. 그는 “화랑에 잠깐 있던 시절 일본 도쿄에서 교체 선수로 뛴 적은 있다”고 털어놨다.
24일(밤 10시·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베트남과 일본의 8강전은 ‘또다른 한·일전’이라고 해서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베트남 선수들을 이끌고 일본전에 나서는 박항서 감독의 각오는 어떨까? 그는 경기 하루전인 23일 알 막툼 스타디움 프레스룸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조국은 대한민국이지만 현재는 베트남 감독이다. 여러가지 한국과 일본의 관심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베트남 감독이라는 점이다. 베트남 감독으로의 역할을 가장 착실하게 하는 게 내 책무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은 적극적으로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우리는 그걸 막느라 힘들 것이다. 일본이 모든 전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일단 한수를 접고 들어가는 발언을 했다.
일본은 23명의 엔트리 가운데 12명이 유럽파, 1명은 중동파이다. 절반이 넘는 선수가 해외파인 셈이다. 박 감독은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16강전을 현장에서 볼 때 깜짝 놀랐다. 선수가 아니라 선수가 소속된 팀이 유럽 명문이었다. 그 정도로 일본은 경험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일본이라는 큰 벽을 넘으려면 한 번의 도전이 필요하다. 한 번 힘차게 도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뒤지지만 그가 늘 강조한 ‘베트남 정신’을 선수들한테 강조해 또한번의 매직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박 감독은 또 “일본전은 정말 베트남으로선 위기이자 기회”라면서 “그만큼 일본이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일본은 팀 전체가 안정화됐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51) 감독은 베트남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박항서 감독이 정말 좋은 팀을 만들었다. 박항서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베트남 축구의 수준을 높이고 국제대회에서 실적을 남기고 있어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그는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이 낮은 연령대부터 국가대표팀까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령탑과 함께 있는 코치들도 훌륭한 일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베트남)와 50위(일본)의 대결. 객관적 전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축구공은 둥글다고 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는 누가 최종 승자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아부다비/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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