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희와 그의 캐디 마틴 보제크.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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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 지은희씨는 안선주의 가방을 멨다. 당시 KLPGA 투어의 빅 3는 신지애, 안선주, 지은희였다. 세 선수가 거의 매주 방송 조 혹은 챔피언 조에서 함께 경기를 치렀다.
따라서 두 명의 지은희가 한 명은 선수로, 한 명은 캐디로 나서는 일이 잦았다. 지은희 선수는 지은희씨를 "언니"라고 부르며 살갑게 대했다.
12년 전 KLPGA 빅3는 30대가 된 요즘 잘 나간다. 신지애는 지난해 일본 투어 대상 1위, 안선주는 상금 1위를 했다. 지은희는 올해 LPGA 개막전에서 우승하면서 30대에 들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첫 한국의 전문 투어캐디 지은희 씨는 골프계에서 보이지 않는다. 선수 지은희는 “지은희 언니와 연락한 지 오래됐다”고 했다.
PGA 투어 보다 LPGA 투어 캐디 해고 잦아
LPGA 투어에서 일하는 캐디들은 불만이 많다. “PGA 투어 캐디보다 수입은 5분의 1도 안 되는데 10배 자주 해고된다”고 푸념한다. 이 숫자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LPGA 투어 캐디의 해고율이 PGA 투어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시즌 최종전에서만 아리야 주타누간, 렉시 톰슨 등 여러 선수가 캐디를 해고했다. 랭킹 1위 등 잘 되고 있는 선수들도 캐디를 바꿨다.
LPGA 투어 해고가 잦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상금이 많아 풍족한 PGA 투어보다 LPGA 투어가 각박하다. 오랫동안 함께 할 가치가 있는 뛰어난 캐디는 수입이 좋은 PGA 투어에 더 많다.
다른 해석도 있다. LPGA 투어의 한 캐디는 “PGA 투어에서는 캐디와 에이전트 등을 한 팀으로 본다. 한 번 고용하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웬만하면 실력을 키워서 함께 발전해나가는 식구로 생각한다. LPGA 투어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PGA 투어 사람들이 인격이 더 훌륭해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PGA 투어의 역사가 더 길고, 자주 해고하는 것 보다는 한 팀으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경험이 쌓인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캐디를 오래 쓰는 선수들이 잘 된다. 서로 신뢰하기 때문에 위기에서 강하고,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8년간 함께 한 캐디를 위해 눈물의 파티를 열어준 최경주, 한 번도 캐디를 바꾸지 않은 박인비 등이 그렇다.
캐디 오래 쓰는 선수들이 성공해
지은희도 캐디를 잘 해고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현 캐디 마틴 보제크는 2013년 하반기부터 함께 일했다. 지은희는 “선수 출신이라 코스 매니지먼트 능력이 뛰어나고 코치 경력도 있기 때문에 스윙을 봐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지은희가 유능한 캐디를 만나서 오래 일하는 것만은 아니다. 현 캐디를 제외한 나머지 캐디와도 평균 1년 넘게 함께 했다. LPGA 투어에서는 한 선수와 1년을 버티는 캐디를 보기 쉽지 않다는데, 지은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지은희는 “캐디를 바꾸면 처음부터 다시 다 설명해야 해서 복잡해서 웬만해서는 안 바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디에게 너무 까다롭게 구는 성격도 아니다”며 웃었다. 지은희도 캐디 때문에 속이 타들어 가는 경우가 있었겠지만 참았을 것이다.
지은희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한국 LPGA 투어 선수 중 가장 많은 나이에 우승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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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에 놀랐다. 딱 지은희 자신을 얘기하는 것 같아서다. 지은희는 십년 넘게 투어에 다니면서도 항상 새롭고, 도전하고, 배우려 한다. 스윙만 해도 십년 넘게 교정 중 아닌가.
JTBC골프 박원 해설위원은 “지은희는 골프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고 관리도 잘한다. 정신적으로 지치지 않으면서 의욕을 유지할 수 있는 일정을 짜고, 필요하면 스스로 채찍질도 하면서 해가 지도록 연습하는 자세가 십년이 지나도 하나도 변치 않았다. 자기 관리의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지은희는 한국 선수 L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다. 그 기록인 32세 8개월은 너무나 젊다. 한국 골프 선수들의 조로현상을 보여주는 숫자다. 지은희가 자신이 세운 이 기록을 오랫동안 깨고, 깨고 또 깰 걸로 기대한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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