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축구 조3위 베트남
승점·골득실 똑같은 레바논보다 경고 덜 받아 극적으로 16강 진출
옐로 카드 한 장이 '박항서 매직'을 살렸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페어플레이 제도' 덕에 2019 UAE 아시안컵 16강행 막차를 탔다. 조별리그 2차전까지 이란과 이라크에 져 16강 전망이 어두웠던 베트남은 17일 오전(이하 한국 시각) D조 3차전에서 예멘을 2대0으로 꺾고 희망을 살렸다. 승점 3에 골득실은 -1(득점 4, 실점 5). 일단 조 3위 6팀 중 3위로 뛰어올랐다.
24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선 6개 조 1·2위 팀이 먼저 16강에 오르고, 조 3위 6팀 중 성적이 좋은 상위 4팀이 와일드카드로 추가 합류한다.
베트남은 와일드카드 경쟁 팀인 레바논(E조)과 오만(F조)의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려야 했다. 17일 오후 오만이 먼저 경기를 펼쳐 투르크메니스탄을 3대1로 제압했다. 승점 3, 골득실 0(득 4, 실4)이 된 오만이 베트남을 골득실에서 역전해 3위로 올라섰다. 오만은 후반 종료 직전 추가 골을 넣은 덕분에 16강행을 확정했다.
이어 18일 레바논과 북한의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가 열리기 전 승점 0, 골득실이 -4(득점 0, 실점 4)였던 레바논이 경기 내내 북한을 몰아붙여 4대1로 이겼다. 승점 3, 골득실이 -1에 득점과 실점까지 베트남과 같았다.
하지만 레바논 선수들은 경기 직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종료 시점까지 계산했을 때 3경기에서 받은 경고가 6장이었다. 베트남은 경고 5장. 승점-승자승-골득실-다득점까지 같은 팀끼리 순위를 정할 때 옐로카드(경고·-1점)나 퇴장(-3점) 벌점이 적은 팀에 우위가 돌아가는 페어플레이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베트남의 16강행이 확정됐다. 와일드카드 4팀 중 4위, 말 그대로 16강 막차를 탄 것이다. 숙소에서 소식을 접한 베트남 선수들은 상의를 벗고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했다.
레바논 입장에선 이날 전반 30분 나온 수비수 로베르트 멜키의 경고 한 장이 뼈아팠다. 이 경고가 아니었으면 베트남과 레바논은 페어플레이 점수까지 같아 추첨으로 16강행을 결정해야 했다. 멘털이 흔들린 레바논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 심판에게 거세게 항의해 경고를 하나 더 받았고, 최종 징계 점수 -7을 기록했다.
베트남은 2007년 자국 포함, 동남아 4개국이 개최한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컵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당시엔 8개 팀이 토너먼트에 올랐고 베트남은 8강서 이라크에 0대2로 져 탈락했다. 베트남은 20일 오후 8시 두바이에서 요르단과 16강전을 치른다. 두 팀은 최근 2년 동안 두 차례 경기에서 2무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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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은 18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NAS 스포츠콤플렉스에서 1시간여 동안 훈련을 했다. 발가락 부상 중인 이재성을 제외하고 22명이 참여했다. 왼쪽 수비수 김진수는 "포지션이 같은 홍철과 경쟁하기보다는 우승이라는 한 방향을 바라보며 마음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고, 미드필더 주세종은 "팀이 우승하기 위해선 경기에 적게 뛰는 선수도 필요하다. 짧은 시간이라도 팀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C조 1위 한국은 22일 오후 10시 두바이에서 A조 3위 바레인과 16강전을 치른다. 바레인은 FIFA 랭킹 113위로, 한국(53위)보다 60계단 낮다. 역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10승4무2패로 앞선다. 다만 아시안컵 본선에선 1승1패로 대등했다. 한국은 2011 아시안컵 바레인전에선 구자철의 두 골로 2대1로 승리했다.
[두바이=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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