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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1975년 MBC 일일극 '안녕'과 TBC '아빠'는 각각 78회, 27회 만에 종영됐다. 당시엔 충격적인 원조교제를 드라마 소재로 다루다가 서슬 퍼런 유신 시절 저질로 낙인찍혀 추방당한 것이다. '막장'이라는 비아냥에 더해 공공윤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당국의 폐지라는 날벼락까지. 가히 드라마의 '수난'이라고 부를 만했다.
1972년 TBC 입사 이후로 TV 드라마 편성업무를 맡아온 오명환 PD는 신간 '그래도 드라마는 만들어진다'에서 TV 드라마 수난사(史) 60년을 정리한다.
그중엔 묵직한 사건·사고도 있지만 어처구니없는 것처럼 보이는 해프닝도 있다. 저자는 이를 모두 "필연"이라고 주장한다. 드라마가 당한 수난은 "당대의 제작 인프라와 시스템이 함께 맞물린 소산"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드라마 수난사는 곧 방송사(史)이며 사회사(史)가 된다"고 했다.
드라마를 통해 변화한 사회상을 관찰할 수 있는 사례는 '청춘의 덫'이다. 1978년 MBC에서 처음 방영된 이 드라마는 믿었던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자의 증오와 집요한 복수 이야기를 담으면서 혼전 동거와 임신이라는 설정으로 20회 만에 종영됐다. 하지만 20여년 후인 1999년 방영된 '청춘의 덫'은 같은 작가가 집필을 맡았는데도 '싱글맘'으로 열연한 심은하를 톱스타 반열에 올려놨다.
드라마 수난사는 현재진행형이다. 한류라는 날개를 달고 날아가던 한국 드라마는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에 금세 추락했다. '쿡방' 예능에 밀려 드라마 자체가 불황이던 시기도 있었다. 수익성 낮은 일일극은 아예 폐지 검토 대상이 됐다. 저자는 드라마가 과거에 당한 수난을 알아야 현재의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다며 더 나은 '드라마 세상'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답게 펴냄. 296쪽. 1만5천원.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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