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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두산, 린드블럼 잃으면 재앙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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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마님’ 양의지, NC로 이적.. FA 단속 실패에 ‘왕조’ 위기 우려
‘33승 합작’ 린드블럼·후랭코프 빼어난 활약에 연봉 인상 불가피
해외서도 손짓… 지킬 수 있을까
해외서도 손짓… 지킬 수 있을까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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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 '왕조'로 불린 팀들이 있었다. 1980년대 해태(현 KIA), 2000년대 중반 SK, 2011년부터 V4를 달성한 삼성, 그리고 최근 4년간의 두산이다. 프로야구 팀이 '왕조'로 불리려면 적어도 4년 이상 압도적 전력을 유지하며 두 차례 이상 우승을 차지해야 한다.

그런 강력한 '왕조'가 무너진 원인은 전력 유출 때문이었다. 삼성은 2011년부터 5년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역대 최장 기간이었다. 그러나 2015년 외국인 선수 릭 반덴헐크를 잃으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다음해엔 박석민과 야마이코 나바로를 내보냈고, 2017년엔 최형우와 차우찬을 각각 다른 팀으로 떠나보냈다. 이후 삼성은 2016년과 2017년 연속 9위에 머물렀다. 2015년 정규리그 1위이던 팀의 급작스런 몰락이었다. 2018년에 와서야 6위로 분위기를 추슬렀다.

두산은 지난 11일 '안방마님' 양의지(31.NC)를 잃었다. 양의지는 단순히 한 명의 포수가 아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의 말대로 '1선발급 투수'의 비중을 팀 내서 차지해왔다. 좋은 포수가 홈 플레이트에 앉아 있으면 심리적으로 투수에게 안정감을 준다.

게다가 양의지는 4번 자리에 두어도 손색없는 공격력을 지녔다. 타격 몇 위, 홈런 몇 개라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선수다. 그런 점을 높이 평가해 NC는 총액 125억원이라는 역대 두번째로 많은 돈을 양의지에게 안겨주었다.

두산은 근래 김현수와 민병헌을 다른 팀으로 보냈다. '화수분 야구'를 표방해온 두산이지만 안방마님의 유출로 꽤 내상을 입었다. 여기까지면 견딜만하다. 양의지 자리엔 박세혁, 이흥련, 장승현으로 대체할 수 있다. 부족하긴 하겠지만.

왕조의 위기는 시작됐다. 만약 두산이 조쉬 린드블럼이나 세스 후랭코프 두 외국인 투수 가운데 하나를 잃게 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둘 다를 놓치면 재앙 수준이다. 린드블럼은 2018시즌 15승4패를 기록했다. 승률 7할8푼9리. 두산의 팀 승률(0.646)보다 월등 높다.

'타고투저'의 KBO리그서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2.88)을 기록했다. 좋은 선발투수의 잣대로 자주 거론되는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내)도 21차례나 남겼다. 린드블럼의 올해 연봉은 계약금 5만 달러를 포함해 145만 달러(약 16억 6000만원)다.

올 시즌 성적으로 미루어 볼 때 상당한 연봉 인상이 예상된다. 9승4패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한 LG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은 80만 달러에서 150만 달러로 인상됐다. KIA를 떠난 헥터 노에시는 2017년 20승5패 평균자책점 3.48의 성적을 거둬 200만 달러를 챙겼다.

두산도 린드블럼의 팀 공헌도를 충분히 평가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그만한 투수를 다시 데려올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문제는 린드블럼이 미국이나 일본으로 진출할 경우다. 후랭코프는 올해 18승을 올렸다. 린드블럼의 승수와 합하면 33승이나 된다. 30승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견고했던 두산 왕조의 성벽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두산이 이 둘을 지켜낼 수 있을까.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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