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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인터뷰] 이나영이 말한다, 꿈과 소신 그리고 ‘뷰티풀 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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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뷰티풀 데이즈`로 돌아온 이나영. 아픈 시간, 특별한 비밀을 지닌 탈북녀로 변신했다. 제공|이든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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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무려 6년 만이다. 기다리던 배우 이나영(39)이 마침내 돌아왔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선택한, 오롯이 진심을 담아 연기한, 영화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를 통해서다.

처음 만난 이나영은 평범한 듯 비범했다. 그저 타고난 비주얼 때문만은 아니었다. 툭툭 무심한 듯 털털하게 내뱉는 말에 진심이 묻어났고, 소신과 강단도 느껴졌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동시에 좋아하는 걸 찾는 모습에서는 순수한 열정도 드러났다. 적절한 농담을 구사하는 의외의 재치가 있고, 진솔하고 꾸밈이 없다. 자꾸만 빠져드는 매력이다.

그는 ’뷰티풀 데이즈’를 컴백작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독특한 색깔의 다양성 영화, 휴먼을 이야기하지만 담백하고도 생명력이 넘쳐 좋았다”면서 “공백기가 길어지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아쉬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확신이 서는 작품으로 만나고 싶은 욕심이 컸다. 그리고 마침내 이렇게 만나게 됐다”며 복귀 소감을 전했다.

“그게 언제든 스스로 확신이 들 때 돌아오고 싶었어요. 복귀를 위한 작품을 하고 싶진 않았어요. 때때로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끼기도 했지만 저마다의 호흡과 속도의 차이라고 생각했어요. 제대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컸으니까요. ‘뷰티풀 데이즈’는 그런 절 단숨에 매료시켰고, 많은 분들이 반겨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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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은 조승우와 호흡을 맞춘 영화 `후아유` 때 연기의 재미에 눈떴다고 말했다. 제공|이든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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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데이즈’는 살기 위해 수차례나 목숨을 건 선택을 해야 했던 한 여자의 이야기다. 번번이 그 선택의 미래도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강인하게 견뎌야만 했던. 분단이 가져온 경계의 삶에서 그저 살아남는 게 전부였던 사람들, 그 중에서도 첨예한 고통의 정점에 있는 한 여자의 삶을 담는다.

“평소에 워낙 좋아하는 톤의 시나리오였어요. 가슴 아프지만 강한 생명력이 느껴졌고, 여운이 남는 엔딩도 좋았죠. 장면마다 평소 해보고 싶었던 시도들이 가능할 것 같아 기대가 됐어요. 무엇보다 감독님의 생각이 중요했는데 (감독님이 찍은) 다큐를 찾아보니 믿음이 갔어요. 이런 문제, 아픔에 대해 일관되게 관심을 가지고 파고드는 분이라면 ‘참 좋은 영화가 나오겠다’는 신뢰가 있었죠.”

극중 14년 만에 찾아온 아들과의 만남을 통해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과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나영은 “지금 내가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됐기에 그 감정에 대해 더 잘 이해하거나 자작품에 끌렸던 건 아니다. 만약 (결혼 전 싱글인) 예전에 받았다고 해도 선택했을 거다. 그만큼 내가 도전하고 싶은 지점이 상당히 많이 포함된 작품이었다”고 했다.

“일단 관객들에게 이입을 시키는 게 중요했어요. 뭔가를 작위적으로 변신하고 의식하기 보단 그냥 이 시나리오 안에 녹아들기 위해 애썼죠. 외모 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감정선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어요. 10대 같은 경우는 어린 나이에 탈북한 뒤 겪는 혼란과 어려움, 그리고 두려운 감정에 집중했다면 20대에서는 보다 동물적인 원초적인 방황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모든 걸 겪어낸 현재는 내면의 소용돌이를 집어삼킨 채 덤덤하게 살아가는 여성이라고 생각했죠.”

연기를 하면서 ‘이 여성은 무엇을 위해 살까. 이 여자의 ‘뷰티풀 데이즈’란 무엇일까‘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단다. “결국엔 어떤 목표라는 게 행복하고 연관이 될 수밖에 없는데…이 여성에게 행복이라고 칭할 만한게 어떤 것도 없다. 그냥 살아가는 거다. 그래도 이 삶의 끈을 놓지 않았을 때, 결국 영화 속 엔딩과도 같은 희망의 한줄기 빛을 향해서.”

그러면서 어떤 부분은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나영은 “정확하게 뭘 원하면서, 어떤 걸 행복이라고 말하며 살 수 있는지 모르겠다. 기준이나 답도 없고 맞고 틀리다의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라며 “나 역시 과하게 무언가를 꿈꾸고, 계획하고, 원하는 편은 아니다. 그저 어떤 누구든, 우리 모두 현재의 힘든 시간을 잘 견디고 나면 각자가 원하는 희망의 빛을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털어놓았다.

“처음 제가 이 영화를 한다고 할 때 주변에서도 의아해 하셨고, 지금도 영화의 예고편을 보시곤 ‘이나영이?’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계실 거예요. 그런데 사실 누구든 평소 뭔가를 강렬하게 좋아하다 보면 실제로 그걸 하게 됐을 때 경험과 상관없이 그냥 잘 어울리게 돼요. 이번 작품이 제게 그랬고요. 흔히 봐왔던 영화가 아니어서, 익숙하지 않은 장르지만, 그리고 저를 향해서도 그런 면에서 의아함이 있으시겠지만 일단 선입견 없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분명히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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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은 인터뷰에서 진솔하고도 당찬 답변을 이어갔다. 제공|이든나인


오랜 공백기도, 새로운 도전도, 주변의 시선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녀였다. 지독하고 치열하게 붙들지만 일단 지나고 나면 대범하게 넘겨 버린다는 이나영. 한 편 한 편 정성을 담아 신중을 기해, 결국엔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을까.

“어려운 일이란 걸 알지만, 누구나 궁금해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데(웃음). ‘저 배우는 이번 영화에서는 어떤 느낌을, 분위기를 낼까’ ‘이번엔 어떤 역할을 어떻게 연기할까’ 등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실 전 아직 제가 가진 이미지가 뭔지도 잘 모르긴 하지만, 제가 할 수 있고, 하고 싶다면 물불 가리지 않는 편이에요. 어떤 도전이든요. 그런 것들이 쌓여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잠시 말을 멈춘 그녀가 영화 ‘후아유’를 언급하며 다시금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얼떨결에 데뷔해 너무나 바쁘게 달리기만 해 신인 때만 해도 늘 그만둘 생각 뿐이었다”는 그는 “내게는 전혀 맞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연기에 대해서도,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던 시기였다. 그리고 ‘후아유’가 그 모든 걸 바꿔줬다”고 털어놓았다.

“‘후아유’ 때부터 연기가, 연기를 하기 위한 모든 과정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어요. 동시에 자아도 형성되기 생각했고요. 그 전까진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정말 없었지만 그 작품으로 나에 대해서도 온전히 생각하게 됐어요. 연기에 대해서도요. 그 때 이미 연기란 죽을 때까지 어려울 거라는 걸 알았죠. 그럼에도 자꾸만 도전하게 되는 ‘마성의 매력’이 있는데 그걸 그 때 처음 느꼈어요. 그렇게 제 인생이 결정된 거죠.”

이나영은 ‘뷰티풀 데이즈’ 뿐만 아니라 차기작으로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 출연도 확정 짓고 현재 촬영에 한창이다. “한 작품이 끝나고 또 못 보면 어쩌나 했는데, 열일 행보가 너무나 반갑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니 그다운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더 매달리고 싶어져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나면 잘하고 싶고 설레죠. 그럼에도 워낙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니어서 그 뒤는 저도 잘 몰라요. 언제 또 공백기가 생길 지 모르죠.(웃음) 열일(?)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긴 하지만 계속 그런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남편 원빈 씨도 마찬가지고요.”

‘뷰티풀 데이즈’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신예 장동윤이 이나영과 호흡을 맞췄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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