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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독일 '분데스리가'

[현지리포트]"아유, 더 뛰어야죠"…땀 흠뻑 젖어 걸어나온 이청용, 잃었던 '독기'를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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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보훔 이청용이 3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퓌르트의 슈포르트파크 론호프에서 열린 2018~2019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12라운드 그로이터 퓌르트와 원정 경기를 마치고 땀에 흠뻑 젖은 채 공동취재구역에서 스포츠서울 카메라를 향해 미소짓고 있다. 퓌르트 | 정재은통신원



[퓌르트=스포츠서울 정재은통신원]“아유, 더 뛰어야죠.”

시즌 4번째 공격 포인트를 올린 ‘부활한 블루드래곤’ 이청용(30·보훔)은 공동취재구역을 터벅터벅 걸어나왔다. 스포츠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정말 많이 뛰더라”는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보훔에서 ‘다시 뛰는’ 이청용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이청용은 3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퓌르트의 슈포르트파크 론호프에서 열린 2018~2019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12라운드 그로이터 퓌르트와 원정 경기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 전반 37분 팀의 선제골을 도우면서 2-2 무승부에 힘을 보탰다. 나흘 전인 지난달 30일 얀 레겐스부르크와 11라운드 홈경기에서 ‘한 경기 3개 도움’을 올리며 시즌 마수걸이 포인트를 올린 그는 이날 다시 한번 도움을 추가했다. ‘택배크로스(골을 넣기 좋게 올려주는 크로스)’의 정석이었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그는 문전으로 달려든 로베르트 테셰를 향해 감각적인 크로스를 올렸다. 공이 절묘한 궤적을 그리며 골문 왼쪽 구석으로 날아갔다. 테셰가 편안하게 발을 갖다 대 선제골로 연결했다.

새 시즌을 앞두고 3개월여 팀을 찾다가 뒤늦게 보훔 선수단에 합류한 그가 이르게 팀에 녹아든 건 로빈 두트 감독의 영리한 활용 능력도 한몫했다. 두트 감독은 이청용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때부터 관심을 뒀다. 지난 9월 초 이청용과 첫 훈련을 한 뒤 “축구 지능이 매우 높은 선수”라며 극찬했다. 곧바로 경기에 투입됐고 선발 자리를 꿰찼다. 애초 축구 전문가들은 체격은 작지만 기술 축구로 도르트문트에서 성공을 거둔 일본의 가가와 신지처럼 이청용의 기술도 독일 무대에서 통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트 감독도 이청용의 기술과 전술 인지력을 주목하면서 주포지션인 측면에 두지 않고 자유자재로 뛸 수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했다. 신의 한 수가 됐다. 전성기 시절보다 체력이나 폭발력은 떨어졌지만 이청용은 노련미를 앞세워 특유의 질 높은 패스와 경기 운영 능력으로 부훔에 힘이 되고 있다.

스포츠서울

독일 분데스리가 보훔 미드필더 이청용이 드리블돌파하고 있다.



이날 역시 마찬가지다. 이청용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발했지만 ‘프리롤’에 가까웠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었다. 공격 포인트를 측면에서 올린 것처럼 초반부터 2선 전 지역을 뛰어다니며 송곳 패스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세트피스 키커도 도맡았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최후방 수비 라인까지 내려와 상대 크로스를 여러 차례 ‘헤딩 클리어’로 처리했다. 이청용의 이러한 헌신이 있었기에 보훔이 초반부터 볼 소유 시간을 늘리면서 그로이터 퓌르트를 몰아붙일 수 있었다. 그러나 루카스 힌터지어와 톰 바일란트의 결정적인 슛이 몸을 던진 상대 수비와 골키퍼 선방에 막혀 ‘0의 균형’을 깨지 못했다. 말릴 수 있었던 분위기를 단번에 뒤집은 게 이청용의 크로스 한 방이었다. 선제골 8분 뒤인 전반 추가 시간 보훔은 시드니 샘의 크로스를 크로스를 힌터시어(리그 8호골)가 오른발 추가골로 연결하며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이청용의 활약에도 지난 경기에 이어 보훔은 또다시 뒷심 부족을 노출했다. 후반 10분 루카스 구가니히, 후반 추가 시간 니엘 케이타-루엘에게 연달아 실점하며 다잡은 경기를 비겼다. 이청용이 경기 템포를 조율하고, 상대 선수와 신경전을 벌이면서 동료의 정신을 다잡는 등 노련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원하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땀에 흠뻑 젖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간 이청용도 씁쓸한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털 팰리스 시절처럼 외롭지 않다. 제2 전성기를 스스로 열어젖히며 동료와 끈끈함을 두고 승리욕을 품고 있다. 경기에 뛰지 못해 잠시 잃었던 독기도 되찾은 듯했다. 11월 호주 원정 2연전을 대비하는 축구국가대표 ‘벤투호 3기’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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