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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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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바다’ 지중해…사흘간 난민 200여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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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공포를 벗어나기 위해 나라를 떠난 수많은 난민들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사흘 동안 지중해에서 숨진 난민이 200여 명, 올해 들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은 난민은 1000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일까지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건너가려다 목숨을 잃은 난민과 이주자는 1405명으로 추산됐다. 지중해에서는 지난 4년 동안 매년 1000명을 넘는 난민이 숨졌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유엔난민기구는 지난 1일 276명의 난민들과 이주자들이 트리폴리에 상륙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에는 130명의 난민을 태웠다가 전복된 배에서 살아남은 16명이 포함됐다. 나머지 114명은 바다에서 실종된 상태다. 지난달 29일에도 트리폴리 북부에서 난민을 태운 배가 전복돼 100여 명이 숨졌다.

오트만 벨베이시 IOM 리비아 임무 책임자는 “리비아 연안에서 난민들이 사망하는 숫자가 놀랄 만큼 급증하고 있다”며 “밀항 브로커들은 유럽 국가들이 지중해 단속을 더 강화하기 전 탈출하려는 이주자들의 절박함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벨베이시 책임자는 “지중해를 통해 이탈리아에 도착하는 난민의 수가 지난해에 비해 감소했지만, 이탈리아로 향하다가 바다에서 숨진 난민의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며 “이탈리아의 엄격한 난민 정책 때문”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싱크탱크인 ISPI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리비아를 떠난 난민 중 86%가 유럽에 도착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50%만이 탈출에 성공했다. 지중해를 통해 이주를 시도한 난민 중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단속으로 송환된 비율은 지난해 12%에서 올해 44%로 늘었고, 사망자 비율도 지난해 2.3%에서 올해 4.5%로 증가했다. 지난달 리비아에서 출발한 난민 중 10%는 바다에서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가디언은 난민 관련 강경 정책을 펼치고 있는 유럽 국가들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IOM에 따르면 올해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단속으로 송환된 난민 수는 1만여 명에 이른다.

이탈리아는 자국으로 들어오는 난민 수가 급증하자 지난해 7월부터 리비아 해안경비대과 협력해 난민 밀입국 단속을 지원하고 있다.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워 집권에 성공한 이탈리아 신정부는 최근 지중해에서 활동하는 비정구기구(NGO) 난민 구조 선박의 입항을 거부했고,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10척의 모터보트와 선박, 고무보트 등을 추가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연합(EU)은 난민 구조 관련 NGO 단체에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지침을 강화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지중해에는 몇달 만에 처음으로 NGO 선박이 운항되지 않고 있다. 몰타에 정박한 2척의 NGO 선박은 당국에 의해 억류된 상태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난민 강경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노동산업부 장관 겸 부총리는 “바다에서 숨진 난민들이 정부의 새로운 난민 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며 “리비아가 (난민들을) 구출하고, 자국 해안으로 송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에 리비아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난민들의 인권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NGO 단체들과 유엔은 리비아로 송환된 난민들이 억류되는 수용소 내 인구 과밀 문제를 비판해왔다. 그러나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리비아 난민 수용소 인구가 과밀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1만여 명의 난민이 리비아 수용소에 구금돼있다. 벨베이시 책임자는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송환한 이민자들을 모두 난민 수용소로 이송하면 시설은 다시 밀집할 것이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난민들의 여건은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난민들의 리비아 송환을 반대하는 나타샤 베르토드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것은 우리의 가치와 국제법, 유럽의 법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리비아에 있는 많은 난민들이 비인간적인 상황에 처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유엔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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