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28개국 정상들은 난민의 망명신청을 처리하는 합동난민심사센터를 세우는 데 동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 센터는 난민 자격을 심사한 뒤 자격이 없는 난민은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자격을 얻은 난민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센터는 자발적으로 지원한 국가에 세우기로 했으나, 어느 곳에 세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공동선언문에는 합동난민센터 설립 외에 EU 회원국 내에서 난민의 이동을 제한하고, 외부 장벽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터키와 북아프리카 국가에 재정적 지원을 해 난민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막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전날 막을 올린 EU 정상회의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난민 대책 관련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파행으로 치닫는 듯했다. 이탈리아는 수 천명의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진입문으로, 이탈리아 정부는 난민 유입을 이탈리아 혼자서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유럽정상들은 이탈리아로 유입되는 난민 문제를 돕겠다고 동의하면서 콘테 총리도 합의문에 서명했다.
콘테 총리는 “EU 정상회의 이후, 유럽은 보다 책임감있고, 결속력있는 조직이 됐다”며 “이탈리아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마뉘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유럽연합이 승리한 날”이라며 자축했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는 아직 여러 의견 차를 좁히기 위해 가야할 길이 멀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메르켈 총리는 내부적으로 연정 파트너인 기사당 대표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과 난민 문제로 갈등을 벌이고 있다. 난민 수용에 강경한 제호퍼 장관은 이번 주까지 결정을 내리라며 메르켈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제호퍼 장관이 등을 돌릴 경우 메르켈 총리는 연정의 다수당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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