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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비디오 판독에도 `보이지 않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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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USSIA 2018 ◆

2018 러시아월드컵이 역대 대회와 가장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필드에서 선수들과 뛰며 판정을 내리는 심판과 함께 '비디오 심판'이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 바로 비디오판독시스템(VAR·Video Assistant Referee)이다. VAR 심판 4명은 모스크바 외곽 국제방송센터(IBC) 내 공간에서 느린 화면을 보고 판정을 내린다. VAR는 심판이 경기 도중 잘못된 판정을 내렸다고 생각한 경우 영상 기록을 통해 재판정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VAR가 '공정함'을 넘어 오히려 '편파 판정'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VAR 판정에 대해 전 세계 축구팬들이 국제축구연맹(FIFA)을 비난하게 된 '뇌관'이 터졌다. 바로 20일(한국시간) 열린 포르투갈과 모로코의 조별예선 2차전이다. 경기 후반 36분 모로코가 0대1로 뒤지던 상황에서 포르투갈 수비수 페프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를 하던 도중 팔에 볼이 맞았다. 볼의 방향이 바뀔 정도였고 이 장면은 현장에 있던 관중과 해설진, TV를 통해 축구팬들 모두가 봤다.

하지만 주심은 이를 못 봤기 때문에 VAR 판정이 나와야 했다. 모로코 선수와 코치진이 격렬하게 분노를 표했으나 주심은 VAR를 통해 문제의 장면을 다시 확인하지 않았다. VAR 심판들도 주심에게 판정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미국 타임지는 "페프는 경기 도중 한 행동으로 전 세계 팬들을 분노하게 했다"고 보도했고, 리오 퍼디낸드는 영국 BBC를 통해 "페프는 TV에서 자신을 보며 당황스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브라질은 아예 성명을 냈다. 브라질축구협회는 21일 "FIFA는 심판들의 명백한 실수가 드러날까 우려될 때는 비디오 판독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브라질은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5분 스위스가 득점하기 이전에 스위스의 반칙이 있었고 후반 27분에도 브라질의 가브리엘 제주스가 페널티 지역 안에서 반칙을 당했는데 심판이 이를 지적하지 않았으며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스페인과 이란전에서는 VAR가 너무 잘 가동되며 이란의 득점을 무효화했다. 후반 16분 이란은 스페인에 0대1로 뒤지던 상황에서 프리킥을 얻었고,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사이드 에자톨라히가 골문 안으로 공을 차 넣었다. 처음에는 에자톨라히의 슛이 득점으로 인정됐지만 VAR로 엄격하게 판독한 끝에 미묘한 차이로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왔다.

VAR의 공정성이 의심받는 이유를 한번 보자. 주로 유럽 팀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앞서 제기한 포르투갈·모로코전, 스페인·이란전, 브라질·스위스전에서 모두 VAR는 무시하거나 엄격했고, 모두 유럽 팀에 유리하게 작용됐다. FIFA 내 입김이 약하거나 전력상 약팀에 VAR를 통한 불리한 판정이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물론 러시아월드컵 1호 VAR 판정에서도 보였다. 혜택을 받은 팀은 프랑스다. 후반 9분 프랑스의 앙투안 그리에즈만은 호주의 조시 리즈던이 건 태클에 넘어졌다. 주심은 경기를 그대로 진행시켰지만 VAR 심판들이 비디오로 다시 판독했고 결국 페널티킥 판정을 내렸다.

한국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김민우의 태클에 대한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다. 주심은 문제를 삼지 않았지만 VAR 심판들이 느린 화면을 철저하고 냉정하게 분석한 뒤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유럽팀 중에서 전력이 약한 덴마크는 오히려 VAR로 인해 두 경기 연속 페널티 킥을 내줬다. 덴마크의 유수프 포울센은 페루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VAR 판정으로 페널티 킥을 허용했다. 이어 21일 러시아 사마라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와의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포울센은 호주 메슈 레키의 헤딩슛을 손으로 방해했다가 옐로카드를 받고 호주에 페널티 킥까지 내줬다. 애초 포울센의 반칙은 심판에게 포착되지 않았으나 전반 36분 VAR 판독 결과 핸들링 반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경기는 1대1 무승부로 끝났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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